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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륙이 Apr 09. 2024

가정보육, 혼자는 못했지.

가정보육, 생각보다 괜찮은데? (1)

아이를 셋이나 키우면서 

셋 다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한다.


어떻게 집에서 다 데리고 있느냐,

힘들진 않느냐,

엄마가 너무 힘든데 보내라...


걱정해 주시는 마음들은 이해가 간다.

힘든 순간들도 분명히 있다.

셋 다 울어재낄 때는 정말 같이 울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셋 모두 가정보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모두 아이들을 좋아한다.

내 아이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기하고 행동 하나하나 모두 귀엽다.

떼쓰고 울 땐 지치기도 하지만

이내 요구를 채워주면 방긋 웃는 웃음에 녹아버린다.


그래서 가정보육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남편과 함께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정말 지치게도

치운 흔적도 안 남는다.

난 분명 장난감을 정리했는데

5분이 뭐야... 치우는 동시에 다시 다 꺼내놓는다.


밥을 먹고 나면 흘린 것 쏟은 것 치워야 하고

설거지라도 하고 싶지만 바로 아이들 돌보아야 해서 

간신히 싱크대에나 갖다 놓는다.

치우고 싶지만 내가 치운다고 자리를 비우는 순간

아이들의 안전에 공백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덕분에 집은 하루종일 난장판이다.


첫째 하나 키울 때는 낮잠 잘 때 조금 치우기도 하고 쉬기도 했는데

셋을 키우는 지금은 

낮잠을 다 같이 자는 것도 아니고

하나라도 낮잠을 자면 다른 아이들이 서로 엄마를 차지해 보려고 애쓰는 통에

치우는 것도 쉬는 것도 쉽지 않은 하루다.


그렇다면, 집안일은 누가 하냐!?

혼자 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

내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으면 남편이 후다닥 설거지를 한다.

남편이 아이들과 놀아주면 내가 얼른 빨래를 갠다.

아이들이 밤에 잠이 들면 함께 아이들이 놀았던 공간을 정리한다.

분리수거와 쓰레기 버리기는 남편이 전담해 준다.

일하고 들어오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놀아주고 차례차례 씻겨주어

내가 잠시 쉴 시간을 주기도 한다.


남편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가정보육을 못했거나,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집안 꼴은 말이 아니다. 단지 생존과 청결을 위한 최소한의 집안일만 할 뿐!)


육아와 집안일을 서로 교대하며 해 나가고 있는 덕분에

아이 셋 육아하는 집이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집에서 우리 손으로 양육해 보자는 결심을 함께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서로의 생각이 맞았고,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합의하여 

가정보육의 동반자이자 전우가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이 들어 둘이 남았을 때,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아이들 어릴 때의 추억은 참 많을 것이다.


아이들 효도는 어릴 때 다 한다고 하지 않나,

우리 아빠는 지금도 서른 넘은 딸이 5살 때 얼마나 귀여웠는지 이야기한다.

그때, 부모에게 주었던 기쁨과 감격으로

부모는 평생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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