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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륙이 Apr 04. 2024

아이가 송두리째 바꾼 내 삶

임신과 동시에 경력단절이라니!

결혼을 하고 1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임신을 준비한 지 6개월 정도가 되던 때

기적같이 아이가 찾아왔다.


남편과 함께 아기집을 보고 기뻐하던 것도 잠시,

피가 비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유산방지주사를 한대 놓아주며 지금은 절대안정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최대한 움직임 없이 누워있으라고 했다.

아기집 주변의 피고임이 흡수가 되어야

아기집이 흘러내리는 피에 휩쓸려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나는 잘 다니던 직장에 잠시 휴가를 내었다.

동료들이 내 업무를 대신해 주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한 달이 넘게 누워있어야 할 줄은.



이만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몸과 아이를 생각해서 하시는 말씀인 줄은 알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을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과중된 업무에 힘들어하고 있을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그렇게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번 울고

아이 때문에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또 한 번 울었다.



모두의 기다림 속에도 하혈은 멈추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그 와중에 아이의 심장은 우렁차게 뛰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와 준 아이이기에 

어떻게 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품어야겠다고 결심한 날,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엄마가 되어 기뻐서 울고,

아이를 지키지 못할까 봐 울고,

일을 잃어서 울었다.


출퇴근을 하던 삶은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있는 삶으로 변했다.


하혈한 지 두 달, 피가 멈추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갈 자리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경력단절여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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