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동시에 경력단절이라니!
결혼을 하고 1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임신을 준비한 지 6개월 정도가 되던 때
기적같이 아이가 찾아왔다.
남편과 함께 아기집을 보고 기뻐하던 것도 잠시,
피가 비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유산방지주사를 한대 놓아주며 지금은 절대안정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최대한 움직임 없이 누워있으라고 했다.
아기집 주변의 피고임이 흡수가 되어야
아기집이 흘러내리는 피에 휩쓸려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나는 잘 다니던 직장에 잠시 휴가를 내었다.
동료들이 내 업무를 대신해 주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한 달이 넘게 누워있어야 할 줄은.
이만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몸과 아이를 생각해서 하시는 말씀인 줄은 알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을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과중된 업무에 힘들어하고 있을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그렇게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번 울고
아이 때문에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또 한 번 울었다.
모두의 기다림 속에도 하혈은 멈추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그 와중에 아이의 심장은 우렁차게 뛰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와 준 아이이기에
어떻게 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품어야겠다고 결심한 날,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엄마가 되어 기뻐서 울고,
아이를 지키지 못할까 봐 울고,
일을 잃어서 울었다.
출퇴근을 하던 삶은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있는 삶으로 변했다.
하혈한 지 두 달, 피가 멈추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갈 자리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경력단절여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