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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륙이 Apr 04. 2024

왜 어린이집 안 보내요?

가정보육을 선택하다

이왕 경력단절여성이 된 거,

임신기간 내내 실컷 놀고먹었다.

배우고 싶은 것도 실컷 배웠다.


그리고 우리의 첫 아이, 기쁨이가 태어났다.

뭔가 알고있다는 듯한 똘망똘망한 눈빛에 반해버렸다.

오물오물 젖을 먹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웠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이 아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가 조금 자라 8개월정도 되었을 무렵이었다.

온 세상이 코로나로 들썩였다.

아기에게 마스크를 씌우기가 어려워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마스크를 답답해하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관에 보내야겠다는 생각과는 멀어졌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때는 

어린이집에 이미 다니고 있던 아이들도

잘 등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어린이집에서 코로나에 걸린 아이가 있어 

우리 아이도 코로나에 걸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던터라

이왕 안보내던거 이 상황이 잠잠해 질 때까지 보내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아이와 있는 생활패턴이 적응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세 아이를 모두 집에서 가정보육 하고 있다.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면 당연히 어린이집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변수는 나에게 많은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주었다.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좋은 것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육아와 발달과정에 대한 공부들을 하게 되었다.

만 3세까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는 것과

발달 과정의 각 시기마다 해 주어야 하는 중요한 상호작용들에 대해 알게되며

이 시간들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점차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이 더 유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복직을 하는 것보다는

내가 세상에 아이들을 태어나게 했으니 엄마의 손길이 한참 필요한 때에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시절 유아기에 곁에 있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왜 어린이집 유치원 안보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아이가 가고싶어했다면 보냈을 것 같다.

수많은 책 속에서 어린이집 생활을 즐겁게 표현하고 있음에도

아이는 한번도 어린이집 다녀보고싶다, 유치원에 가보고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아이를 유치원 문앞까지 데려가

친구들도 있고 재미있을텐데 한번 다녀보겠냐고 의사도 물어보았다.

하지만 아이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이 '아니'였다.

아직은 엄마랑 있는게 더 좋다는 아이의 대답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부득이한 상황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싫다는 아이를 기관에 맡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무조건 모든 아이가 다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3세까지 가정보육을 하고 어린이집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돌 무렵부터 어린이집을 보내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나와 같은 선택지도 있는 것이다.


언젠가,

분명히,

엄마아빠보다 친구와 노는걸 더 재미있어 하는 날이 온다.

밤 늦게 통금좀 풀어달라고 하는 날도 올 것이다.

연인을 사귀고 결혼을 한다고 말하는 날도 오겠지.


그때 같이 있자고 붙잡지 말고

지금 같이 있고 싶어할 때 신나게 같이 있어주는것이 

우리 부부가 선택한 가장 좋은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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