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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치 Apr 11. 2021

중학생에게 수학 시험이란

매주 보는 학원 시험들

학원에서 시험이 많다.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보는 단원 테스트, 월말평가, 분기마다 있는 반배치시험이다. 거의 매주 시험이 있다. 학생들은 이렇게 많은 시험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못 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선생 입장에서는 못 본 학생에게 더 신경을 쓰기도 하고, 잘 본 학생에게 더 어렵고 난이도 높은 문제를 주기도 한다. 평소 파악해 둔실력도 물론 있지만 시험을 통해 알게 되는 건 또 다르다.


시험에서 드러나는 학생 실력은 평소 실력과 다르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우선 평소 문제집은 다 잘 푸는데 시험은 못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인은 몇 가지로 뻔하다. 소인수분해 단원의 최소공배수 활용 문제라면 당연히 최소공배수를 구하는 문제다. 최소공배수만 구하면 끝이다. 하지만 시험은 다르다. 어떤 단원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문제를 읽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문제집의 문제만 열심히 풀고, 생각을 안 했다면 시험을 잘 볼 수가 없다.


문제집은 단순 기계처럼 쓱쓱 풀어낼  있다. 개념을 정확히 알고, 어떤 원리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시험도    있다. 그래서 어렵다. 문제집으로 가르치고 진도를 나가는데 학생들은 문제만  풀어서 맞추면  아는  안다. 그런 애들은 문제집 문제는  푸는데 시험은  본다. 시간이 필요하고, 스스로 원리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물론  시간을 짧게 만드는  선생의 역량이다. 학생이 고집이 세고, 문제집만  풀면 장땡인  아는 경우 아주 어려운 일이다.


다른 학원에서 배우다 온 학생들 중에 우리 학원 시험을 유독 못 보는 경우가 제법 있다. 선행학습도 많이 나가고 문제집도 많이 풀어 봤다고들 한다. 그래서 시험 점수를 받아 보고 충격을 받는다. 학생은 물론, 부모도 그렇다. 이런 경우 큰 의심이 든다.


이전 학원 선생이 굉장히 자기 편한 식으로 가르쳤던 것이 아닐까. 문제집 풀리고, 모르면 설명해주고, 다시 알려주고 ‘알겠지?’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도 알게 된 것 같아 편하고, 선생도 편하다. 문제집도 많이 풀어 봤고, 설명 들어서 다시 풀 수 있을 것 같고. 쉬운 난이도의 시험이나 학교 시험 정도면 충분히 잘 볼 수 있다. 그 많은 문제를 풀면 아무리 바보라도 한글만 읽을 수 있어도 풀 수 있으니까. 개도 리모컨 가져오는 걸 천 번 시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이렇게 하고 다음 과정을 배울 때다. 중학 수학은 다 똑같다. 시간만 가능하면 한 달 만에도 1, 2, 3학년 수학을 모두 뗄 수 있다. 원리를 제대로 배울 때 가능하다. 기본에서 계속 확장할 뿐이다. 다음에 다시 글을 쓸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문제집 양치기로는 매번 일회성 시험공부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기초가 없는 중3이 중간고사 갑자기 잘 보고 싶을 때나 적절한 공부법이다.


시험 시간에 유난히 긴장하는 학생들도 있다. 평소 잘 풀었던 문제가 그대로 나왔는데도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 것, 계산을 얼토당토않게 하는 것 등이다. 이런 학생들은 별다른 해법이 없다. 시험을 계속, 많이 보면서 담을 키워야 한다. 평소 공부를 아무리 잘했더라도 시험 시간에 긴장하면 말짱 꽝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험 제도를 싫어한다. 평소 실력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다른 제도에 비해 제일 공평하다지만 당일 생리를 하거나, 감기라도 걸렸거나, 모닝 똥이 제대로 안 나와서 하루 종일 초조하다면 이게 수학능력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금전적인 문제, 행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여러 번 치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라지만 시험 볼 때의 담의 크기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건 시험 시간에 긴장하는 애들은 시험을 많이 봐야 한다. 무슨 10년, 20년 된 베테랑 강사도 아니지만은 그래도 몇 명 가르쳐 본 경험으로는 자잘한 시험을 계속 경험하게 하면 나아지는 것 같다. 담 키운다고 학생들을 단체로 막타워 100회씩 뛰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래서 학원에서 보는 많은 시험을 실시하는 것이 꽤 괜찮다 생각한다. 시험지 만들고, 채점하고, 상담전화 돌리는 일이 귀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애들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애들 입장은 다르다. 평균만 찍어도 좋아하는 애가 있는 반면, 대부분은 상위권을 노리고 있으니 평균 정도 해도 불만이다. 잘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공부도 많이 하고, 숙제도 잘하고, 노—력을 했는데 점수가 안 나와서 울기도 한다. 잘하고 싶었으니 운다. 노력을 하지 않고도 우는 애가 있지만, 자기 나름의 기대가 있었겠다 이해는 한다.


애들을 가르칠 때면 내 어린 시절을 한 번씩 생각한다. 경력이 콧물만큼 되기 때문에 떠올리는 것 같기도 한데, 떠오른 기억으로 애들한테 말해주는 것이 있다. 시험은 스트레스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대놓고 잘난척 할 수 있는 자리다. 00년대부터 시험 성적 공개가 학생 인권 침해라며 금기시되었다. 꼭 그렇게 대놓고 공개하지 않더라도 내가 이 반에서, 이 학년에서 이 정도 잘한다고 뽐내는 기분을 가질 수 있다. 선생님에게도 뽐낼 수 있다. 내가 이 정도로 잘했다고 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르니, 이만큼 정직한 것도 없고, 중학생이 배우는 내용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서 누구나 할 수 있다. 시험은 내가 열심히 하고, 열심히 잘했다고 대놓고 뽐낼 수 있는 기회다.


이 말을 하면 학생 거의 전부는 동의하지 못한다. 개중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하는 애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역시 아니다. 자기가 시험을 못 보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놀아야 하고, 놀아야 하고, 놀아야 한다. 애들은 노는 게 일이기도 하다.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열심히 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게임도 하고, 집에서 자기 나름의 취미를 즐기기에도 바쁘다. 가족들과 어디도 가야 하고, 전화도 해야 하고, 유튜브도 봐야 하고. 공부도 공부인데 다른 일들도 있다. 공부가 적성에 맞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초고액 과외처럼 엄청 재밌게, 나에게 딱 맞는 교육을 받을 수도 없으니 학원에 왔을 것이다. 학원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해야 하고.


그러니 시험을 잘 보고 싶다고 모든 시간을 수학 시험공부에 쏟을 수 없다. 실제로 학원을 여러 곳 다니는 애들은 공부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다. 숙제가 산더미 같고, 영어 단어도 외워야 하고. 난 이해한다고 생각하는데 애들도 내 이해심을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맨날 조용히 하고 시험이나 보라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 딱 1달만 열심히 해보자, 딱 1주일만 열심히 해보자는 것이다. 이 정도 기간은 아이들도 납득하며 해보겠다고 한다. 그렇게라도 성적이 한 번 오르면 잘 안 떨어지기 때문이다. 애들이 신기한 게 한 번 80점대 받으면 다음에도 80점대가 나온다. 한 번 90점대 오른 애는 다음에도 90점대 나온다. 한 번이라도 올려놓으면 잘 안 떨어진다. 그 과정에서 공부 습관이 드는 것인지, 시험에 감을 잡는 것인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 올려놓으면 유지할 확률이 아주 높다. 그 한 번이 어려워서 문제다.


사실 학원의 시험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부담되는 것은 아니다. 단원 테스트는 교재 문제 복붙이다. 얼마나 복습을 잘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통과해야만 한다. 내 생각은 그렇다. 한 번 풀어 본 문제고, 모르면 질문도 받고, 나는 시험 치기 전 시간에 단원 테스트 범위의 문제를 다시 한번 질문받는다. 그러고도 틀리면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매번 나온다. 특히 어제 본 시험은 전원 재시험이었다. 목요일에 풀어준 문제인데, 그 문제도 이미 화요일에 다시 한 번 풀어준 문제인데도 틀린 것이다. 난 별로 질이 좋지 않은 선생이라 애들한테도 그대로 말한다. 단원테스트 통과 못하는 건 비정상적이라고 말이다. 그럴 수도 있죠 하는데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참 이상한 일이다.


비정상이다, 이상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공부를 아예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해를 못했을 수는 없다. 옆에 붙어서 알려주고, 이해가 안 된다면 다시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 정말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면 최소한 다른 문제들은 다 맞춰야 한다. 그게 안 된다. 왜냐하면 복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복습을 하지 않고 시험을 못 봐서 기분이 안 좋다고 하면 복습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그게 이유니까.


단원테스트야 그렇고, 월말평가도 비슷하다. 배운 단원까지 본다. 학교 중간고사 같은 것이다. 범위가 좁으니 공부할 양도 적다. 조금 어려운 문제가 나오긴 한다. 문제에 맞는 개념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하고, 원리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이를 응용할 줄 알아야 하고,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여러 문제를 통해 최대한 접해볼 기회를 주려고는 하지만 학생 능력에 따라 아주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틀려도 되는 문제가 있는 반면 틀리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그러면 틀리면 안 되는 문제를 왜 틀리는 것인가. 차분히 문제를 풀 줄 모르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배우는 수학은 차분히 생각하고, 식을 쓰고, 계산하는 것이 반이다. 그게 1, 2, 3학년 1학기 과정이다. 2학기 기하 과정은 조금 다르다. 개념을 알고 적용시키고, 문제 내애서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엉덩이로 공부하는 힘, 다각도로 하나의 상황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투트랙 과정이다.


차분히 생각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이게 문제다. 애들은 대체로 성미가 급하고, 가만히 생각하기를 어려워 한다. 그래서 단순계산 문제를 풀어도 알려준 대로, 책에 나온 풀이과정대로 쓸 줄 모른다. 모르는데 귀찮아서 안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 본 적이 인생에 단 한 번도 없는 꼬맹이들이 할 수 있지만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수를 한다. 이 실수라는 말에 크게 반대한다. 중1이 배우는 수학은 계산이고, 밥을 먹을 때 수저를 콧구멍에 집어 넣는 사람이 없듯이 계산을 배우면서 계산을 못하는 건 실수가 아니라 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차분히 식을 쓰며 계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여기에 반대한다. 그렇게까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시험을 못 봤다며 울상이다.


이것만 할 줄 알아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중학과정이 그렇다. 그래서 학원에서 실시하는 시험은 부담되지 않는 것이다. 반배치시험이야 조금 다른 문제긴 하다. 신경을 많이 써서 낸다. 그래서 사고력이 많이 필요한 문제도 나온다. 아무튼 단원테스트나 월말평가 정도는 부담없이 평균 이상 점수가 나와야 정상이다. 그게 정상이다.


토요일 단원테스트에서 한 반의 결과가 거의 전원 재시험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싶었다. 쓰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영화 시간이 다 되어 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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