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다 커피는 교토의 3대 커피 중 하나로, 커피 맛 자체만 놓고 보면 스마트 커피 쪽이 더 취향에 맞고 일회용 드립백은 우에시마 커피가 단연 훌륭하지만 프렌치토스트에서만큼은 이노다 커피를 따라올 브랜드가 없다. 이 프렌치토스트는 두께 5센티미터 정도로 반듯하게 자른 식빵을 너무 눅눅하지 않게 계란물에 살짝만 적셔 익힌 후 그 위에 슈거파우더를 넉넉히 뿌려 내온다. 이때 접시는 프렌치토스트보다 너무 커서도 작아서도 안 되고 정사각형 모양을 한 빵의 네 모서리가 접시의 안쪽 지름 위에 살짝 걸칠 정도가 되어야 가장 먹음직한 형상이 된다.
프렌치토스트 안쪽은 최소한으로만 촉촉하게 만들어서, 나이프로 바삭한 겉면을 누르듯 썰면 빵이 본래 제 결대로 슬슬 찢어지는데 그 틈으로 떨어진 슈거파우더를 한 알도 흘리지 말고 빵조각에 듬뿍 묻혀서 입에 문 다음 이노다의 트레이드 마크인 블렌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단맛과 쓴맛, 포슬한 빵의 결과 커피 물이 혀 위에서 어우러져 미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나 흡족한 밸런스를 이룬다.
다른 브랜드보다 박하게 평가한 듯하지만 스타벅스 같은 체인점 커피와 비교하면 여전히 이노다가 향에서나 풍미에서나 우위에 있다. 겨우 손만 대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뜨겁게 덥힌 컵에, 강배전으로 내린 스트롱 다크 로스트 커피를 반쯤 마시면 그제야 내가 교토를 왔다는 실감이 든다. 180밀리가 넘을까 말까 한 그 분량이 프렌치토스트 하나를 해치우기에 오히려 꼭 적절하다.
이노다 커피는 교토 곳곳에 지점이 있는데, 히가시야마 점에서는 브런치 세트를 먹고 프렌치토스트는 산죠의 본점에서 먹어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개점 당시의 고풍 양식을 고스란히 살린 홀에서 작은 중정을 내다보며 먹기엔 프렌치토스트가 더 어울리는 까닭이다.
이노다의 프렌치토스트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십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브런치 전문점 버터핑거팬케이크의 프렌치토스트다. 프렌치토스트만 단품으로 시킬 수도 있지만 친구 한 명을 대동하고 가 “스플릿 디씨전 플레이트split decision plate”를 주문하는 게 가게 컨셉에 맞는다. 이 플레이트에는 팬케이크 두 장, 프렌치토스트 두 쪽, 햄과 소시지, 베이컨, 시즌드 포테이토와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계란 요리가 함께 나오고 꿀과 메이플 시럽, 버터와 아이캔낫빌리브잇츠낫버터 중 각각 하나를 또 골라서 곁들이면 된다. 나의 픽은 메이플 시럽과 버터의 조합이다. 메이플 시럽은 꿀보다 덜 꾸덕해서 디스펜서의 양 조절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버터는 버터가 있는데 버터인 듯 버터 아닌 버터 같은 마가린을 선호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고른다. 미국식 브런치답게 플레이트의 양은 차고 넘친다. 커피도 주스도 거대해서 음료를 먼저 주문하면 요리가 나오는 사이 그걸 홀짝거리다 배가 절반쯤 차 버린다.
음식이 나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개인 접시에 프렌치토스트를 가져가 버터와 시럽에 푹 담그는 것이다. 이곳의 프렌치토스트는 계란을 넉넉히 쓴 스타일로, 포크로 찔렀을 때 이미 들어가는 느낌부터가 탱글탱글하며 글루텐 사이사이가 촉촉히 익은 계란으로 꽉 채워져 있다. 그걸 다시 시럽과 버터에 절여서 반드시 냅킨을 받친 채 허겁지겁 입에 넣어야 한다. 이노다의 프렌치토스트가 커피와 함께 사르르 녹는 맛이라면, 이것은 한입 베어 무는 순간부터 이 사이로 녹진히 스미어 미뢰를 자극하다 끝내는 마비시키는 맛이다. 기다리는 동안 커피는 실컷 마셨으므로 빵 한 쪽을 다 먹을 때까지 마음껏 그 감각에 탐닉해도 좋다.
미각 수용체에서 뉴런에 이르는 신경을 단것으로 한바탕 담금질한 다음 짜고 자극적인 걸로 입가심을 하다가 남은 버터를 꼼꼼히 바른 팬케이크로 마무리하는 것이 버터핑거 식 브런치다. 이걸 먹고 나서 저녁에 마라탕을 먹었더니 다음 날이 일요일이라는 설정이, 내가 즐겨 시뮬레이션하는 ‘1년에 가장 행복한 주말’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때 마라탕은 훠궈로도 대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