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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디 Jan 11. 2021

마스크 사이로 비춘 또 다른 얼굴

펜데믹 시대의 기록 (1)




‘내 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 이렇게 말의 중요성을 담은 문장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잘 말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펜데믹 이후로 우리는 상대를 대면하는 일이 줄어들고 꺼려졌던 만큼이나 꼭 필요한 말만 나누었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았으며 비대면 일상 속에서 간결함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누군가를 조우할 때 마스크 안에 가려진 언어 메시지 대신 그 사람의 눈을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딸 지유의 어린이집 입소를 앞둔 어느 날,  걱정되는 마음으로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아이를 처음으로 보육기관에 맡기는 엄마의 오만가지 감정과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아이를 향할지도 모른다는 무언의 공포는 누군가 헤아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면으로 이루어진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딸을 어린이집에 마음 놓고 보낼 수 있겠다는 일종의 확신이 들었다. 영 유아들의 안전을 고려한 체계적인 시스템, 선생님들의 차분하고 유려한 태도만큼이나 빛을 발하던 확신은 학부모들을 향한 선생님들의 눈빛이었다.
 
 
눈빛이 주는 확신

​보육 교사로서의 역할, 어린이집 프로그램 등의 소개는 간략하게 끝나고, 실질적으로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입소에 대해 궁금한 점, 혹은 염려되는 부분을 물을 때에 선생님들은 시종일관 학부모들과 눈을 마주치며 많이 들어주고 경청했다. 선생님들의 이런 태도는 불안이 가중된 상대를 먼저 편안히 안심시키는 일종의 백신 같았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중구난방의 말보다 오히려 몸짓, 자세, 시선 등과 같은 언어 외 수단을 이용한 소통 행위가 커뮤니케이션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마스크 사이로 드러난 우리의 투명한 눈빛은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 공감지수를 높이는 데 탁월함을 발휘한다. 눈빛 하나로 얼마나 이 대화에 집중하고 진지하게 임하는지 보여줌으로써 “난 당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요."라는 강력한 신뢰의 메시지를 전한다.

​마스크로 가려진 우리의 낯빛은 이제 눈빛이 대신하고 있다.
누군가를 살린 말 한마디 대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눈빛'이라는 말도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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