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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디 Mar 03. 2021

아이를 키우는 일이 커다란 행복인 이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축복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론을 다룬 강의들은 언제나 청중으로 붐비며 서점가에는 심리학부터 자기 계발서, 철학서까지 ‘행복’을 키워드로 한 책들로 가득 차 있다.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삶을 사는 것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관심이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 왔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상황을 대하는 특유의 긍정과 호기심으로 삶을 직면해왔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나를 나 답게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왔기에 나는 감히 행복해지기 위한 삶에 적극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특히나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20대보다 훨씬 더 무르익은 느낌이다. 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임신 출산과 육아를 하며 내, 외향적으로 달라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십 대 특유의 재기 발랄함이 그립다 말하지만, 나는 밤낮으로 움직여도 지치지(!) 않는 신체적 건강함에 내적 성숙함이 더해진 30대가 훨씬 더 좋다. 그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니 아마 '나를 나 답게 하는 것'에 대해 잘 알게 되서가 아닐까 싶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4년 전 ‘허니문 베이비’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초 스피드로 첫째 아이가 생겼고, 우리 부부는 이 사랑둥이에게 단숨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감탄했고, 감사했으며 경의로웠다.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을 때에도, 힘들지만 너무나 재미있는 일에 내 모든 걸 걸었을 때도, 첫눈에 반한 상대와 호기로운 첫 데이트를 했을 때에도 이렇게 행복했을까 싶다.


‘저 친구는 아이를 아직 안 낳아서 그래’와 같은 촌스러운 말 따위는 경멸하지만, 앞으로 나의 2세를 계획하거나 뱃속에 생명을 품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야말로 놀라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 말한다.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말이다. 그동안 내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처음 뱉는 감탄사가  아이라는 세계를 통해 오롯이 펼쳐질 것이니!


그런 감정들은 대게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된다. 아기가 혼자 머리를 세우고 앉아 있을 수 있게 되던 날, 나의 젖을 떼고 하얀쌀 만으로 하루를 든든히 채울 수 있게 된 날, 혼자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게 된 날. 이런 순간순간이 나에겐 잊을 수 없는 행복이다. 작고 여린 아이와 나라는 사람. 우리 둘이 서로만을 온전히 향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행복을 가장 깊이 느끼는 순간 같다.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일기로 쓰며 단순하게 즐긴다. 이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사고하고, ‘엄마라는 삶’에 아낌없이 도전한다. 이 삶 또한 대단한 도전이며 성취다.

호기롭고 외향적이었던 나는 20대 때 참 많은 경험들을 했고 다양한 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이 가운데  내가 느낀 인생의 중요한 화두는 ‘나를 나 답게 하는 삶’이었다.  뜨거운 열정이 넘쳤지만 겁 많고 뒷심이 부족했던 나는 좌절의 순간도 맛보았고, 슬퍼도 했으며 이 가운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물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건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이 삶 자체를 아낌없이 누리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나의 에티튜드였다. 이런 생각이 내가 지금 행복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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