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의 시간
‘멍 때리기’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넋이 나가 있고 눈에 초점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빨리빨리가 유능함으로 귀결되는 사회 문화 속에서 멍하게 있는 것은 이제껏 비생산적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예술가, 과학자들의 발견과 발명은 마치 우연의 일치와도 않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나왔다.
지난 2001년 미국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뇌영상 장비를 통해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알아낸 후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어디 이뿐일까. 쉼 없이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의 정보 과잉은 인간을 멍 때리는 시간으로 이동시킬 필요조건이 충분하다.
멍 때림의 시간은 요즘 같은 시대에 필수다.
그렇다면 어린아이를 키우는 나 같은 엄마들은 멍 때리는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63 빌딩 수조관에서 우연히 ‘수조 멍’을 하며 엄마의 시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엄마, 이거 사줘.”
“엄마, 나 안아줘~”
나에게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나름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아이들의 끝나지 않는 성화로
피로감이 올 무렵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저 멍하니 수조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잠시 아빠에게 맡겨두고
난 멍을 때렸다.
수조 안은 아름다웠다.
아무것도 없는 물속에서 해파리가 둥둥 떠다니고
아름다운 조명이 더해져
그 속에서 마음껏 빛이 난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람들 각자 멍 때리는 방식은 다양하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공원을 걷거나 호숫가를 바라볼 시간이 충분했지만
엄마가 된 이후에는 이런저런 변수로 인해 멍 때리는 시간을 만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내 방식대로 빈틈을 활용해 멍을 때리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주 잠시의 시간이지만
나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멍’하는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에게 바닷속 세상을 보여주려고 갔던
수족관에서 오히려 내가 치유를 받는다. 아이들 덕분에 새로운 시간과 시각을 갖게 된다.
엄마가 돼서
내 시간을 만들지 못한다는 푸념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나만의 가치를 채워보자.
아이들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푸념을 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같이 있는 공간 안에서도
충분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나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그럭저럭 괜찮은 나만의 시간 #힐링시간 #엄마일상 #육아일상 #두딸맘
#자유시간 #엄마의시간 #번아웃 #힐링 #멍때리기 #창의성 #자매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