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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희 Feb 20. 2022

뻐꾸기 산후조리원을 아시나요?

내장산 내장호수의 새들 01 뱁새 


뻐꾸기 산후조리원을 아시나요  

            

                                                                        photo by 장택수 http://www.facebook.com/JangTakSoo



안녕하세요? 

사람 여러분은 저를 뱁새 또는 붉은머리 오목눈이, 

시인들은 비비새라고도 부르지요


하얀 눈이 내린 이곳은 내장호수 둘레길 매화나무 밭이랍니다.

우리는 호숫가 가지많은 매화나무를 좋아해요.

봄에 향기로운 꽃이 피면 꽃잎사이로 숨박꼭질도 하지요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속담이 있지만 

우리는 황새를 부러워하지 않아요

작고 날렵한 우리는 동무들과 모여 휘파람을 불면서 

덤불 속을 휙휙 덤블링 하며 날아다니는 걸 좋아하죠  

   

여름에는 풀밭 레스토랑에서 곤충과 거미 요리를 

겨울에는 마른 풀씨가 지겹지만 

운이 좋으면 설날엔 껍질에 쌓인 애벌레 특식도 먹지요


우리는 해마다 뻐꾸기 친구에게 

우리집을 산후 조리원으로 내어준답니다

뚱뚱한 몸 이끌고 바다 건너 날아와 

집 지을 틈도 없이 알낳는 고단한 뻐꾸기 부부

우리가 알을 품어 이유식까지 먹여 길러주면 

골치아픈 외국어 교육은 엄마가 뻐꾹뻐꾹 시켜주지요  

   

탁란한다고 얌체 뻐꾸기 멍텅구리 뱁새 

그런말 하지는 말아주세요.

생명의 신비는 하늘의 뜻

신이 우리에게 주신 소명 

우리는 여름 숲의 뻐꾸기 노래를 사랑합니다    

 

내장 호수 오시면 우리 이름을 불러주세요.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람 친구들 가장 가까이에서 비비비 즐거운 텃새랍니다.     

                                                    

                                                                                                  photo by 장택수 글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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