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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우 Nov 21. 2023

어이! 동업자 양반!

신용불량 영업사원 성장일기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 연재글입니다.>


재능도 있는데 엄청난 노력을 한다면 정말 무서운 결과를 만듭니다. 최고의 위치에서 롱런할 수 있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재능이 있으면 한 번쯤 목표를 쉽게 이루고 곧 흥미를 잃고 교만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생태계를 모두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잘~ 알지. 한때 내가 말이야...'


아주 꼰대로 가는 정석코스가 바로 재능충의 문제입니다.



어이 동업자 양반, 나이도 묵을 만큼 묵은 양반이 어디서 개아리 틀고 있어?



그 문제가 바로 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영업이든 장사든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업에는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눈치가 빨라서 고객 니즈도 잘 읽고 트렌드 흐름도 나름 잘 본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사업을 진행하는 원동력일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성공할 수는 없는 것이죠. 생각대로 안될 경우 나는 잘하는데 환경이 안 좋았다. 운이 없었다. 이와 같이 핑계를 대곤 합니다. 알고 보면 그 재능이라는 것도 특별할 게 없는데 말이죠.


저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빗데어 자주 얘기 하는데요. 저와 같은 조금의 재능? 이 있다고 믿는 재능충들은 아주 교만하고 게으른 토끼라고 수 있겠습니다.



저의 영업 파트너인 동업자 양반은 참 거북이 같습니다. 처음 같이 영업을 시작한 날... '와.... 이 정도는 기본적인 눈치는 있어야 같이 데리고 영업 다닐 텐데...' 생각했었습니다. 의사소통은 안되고 고객 앞에서 눈치 없이 


"사장님 이렇게 장사가 안 돼서 어떡해요..."


영업인으로써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도 남발하시고... 고객은 이미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데 제품의 특장점을 설명서 읽듯 끝까지 설명하고... 진짜 속이 타들어가는 날도 많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동업자 양반께서 아주 우울한 표정으로 낙심하며 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나는 영업이랑 안 맞는 거 같아"


영업은 많이 다니는데 실적은 기름값도 안 나오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일을 알아볼까?"

"아니... 어차피 시작한 거 그래도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봐야지..."


제대로 한번 배워보겠다며 영업에 관한 책을 10권 정도 구입하더니 독파하기 시작하더군요.(지금도 1주일에 한 권 정도 영업에 관한 책들을 읽고 계십니다.)


"나는 내가 특출 나지 않은 걸 알기 때문에 남들보다 두 배이상 노력해야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야. 조언을 해주는 건 고맙긴 한데 가끔 기분 나빠서... 책 보면서 영업을 배워볼게..."


"책 맨날 보면 뭐 하냐? 영업은 실전이야!!!"


제 의견과 책의 내용이 다르면 


"영업을 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영업은 실전 감각을 익혀야지! 실제로 현장은 틀리다고!"


이와 같은 자존심 싸움을 했습니다.



그 후로 8개월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동업자 양반은 저의 도움 없이 10월 팀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저는 최소실적으로 마감했습니다. 오늘 팀장님께서 10월 정산금을 말씀해 주시는데 (11월 22일 정산입니다.) 동업자 양반은 700만 원 가까이... 저는 160만 원이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지인한테 영업한 것도 아니고 아니 어떻게 그 많은 실적을 만들 수 있었냐고...


"책에 나온 데로 했지.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다녔지..."




영업 어디까지 가봤니? 공동묘지 납골당 관리사무소까지요....





저도 요즘 동업자 양반께서 추천해 주는 책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영업은 타고난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저의 멘토가 되어버린 동업자 양반.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저를 너무 나도 잘 조련하고 있는 저의 와이프입니다.


'앞으로 개아리 틀지 않을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


"사랑합니다."





제가 소소하게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이렇게 글을 쓴 지도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저도 지난 글들을 읽으며 참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글이 잘 써지는 날도 있었고... 어떻게든 속에 있는 이야기는 하고 싶은데 무슨 글을 남겨야 할지 두서없이 적은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구독과 댓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사장님들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은우


10년간 회사생활 후 7년간 자영업자

코로나 이후 폐업 / 신용회복 3년 차

슬기로운 신용회복기 극복 에세이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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