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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우 May 19. 2024

7년 차 자영업자 정리하고 회사원 3개월 차 후기

다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에 올린 글입니다.>


10년간 회사생활 / 7년간 자영업자

코로나 이후 폐업 / 신용회복 3년 차

40대 아저씨 / 초등학생 두 아이의 아빠

보험회사, 컴퓨터수리기사, 노점상과일장사를 전전하다가

아파트경비+영업사원 투잡 그리고 현재 회사원.

슬기로운 신용회복기 / 함경북도마오카이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습니다. 2021년 5월은 잔인한 계절이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카드며 대출연체에 대한 채권단의 끊임없는 전화로 신용회복을 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매장은 완전히 정리하지도 못한 채 뭐라도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보험회사, 컴퓨터 수리기사를 했었고 매장을 정리하고 나서는 와이프와 노점에서 과일을 팔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아파트 경비일과 영업사원 투잡을 뛰었었고 올해 3월이 되어서야 누구나 알만한 회사의 영업팀장이라는 자리에서 3개월 차 일하고 있습니다.


영업직이라 급여 변동이 큰 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에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뛴다면 더 빨리 일어설 수 있겠죠. 자영업을 7년간 하면서 직원 월급날은 두려운 날이었습니다. 회사원인 지금은 그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실적이 동반되어야 그 기대감도 사라지지 않겠죠. 


첫 달은 실수령 300만 원 정도 받았는데 투잡보다 금액이 적었기에 약간의 실망과 이직의 후회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실수령액이 400 정도가 되었을 때(투잡과 비슷한 금액) 투잡시절 이틀에 한번 누워서 자고 주말,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 생활고에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던 시간이 추억으로만 남기고 싶더군요. 매일 누워서 6시간 이상 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원이 되어서 가장 좋은 점은 남들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일요일인 오늘은 오전에는 가족들과 교회를 다녀와서 오후에 각자의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는데요. 예전부터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스타벅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허락을 맡고는 스타벅스로 갔는데 자리가 없더군요 ㅠㅠ 이런 걸 보면 경기가 안 좋은 건 다 거짓말인 것 같습니다. 결국 가끔 가는 친한 PC방 사장님(영업차 알게 된) 매장에 와서 콜라를 하나 시키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 달에 300~400만 원이 사업을 할 때 비교하면 아주 적은 돈 일수도 있겠지만 투자금이 0원이라고 생각하니 할만하다 생각되기도 합니다. 점심 식대가 나오고 영업용 유류대도 별도로 20만 원 정도 나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사업을 꿈꾸고 있기에 자본금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휴대폰을 바꿨습니다. 갤럭시 S24울트라. 전화를 많이 쓰는 직업인데 오래된 휴대폰으로 배터리 소진이 심해 보조배터리를 항상 붙여 사용했었는데 큰 마음먹고 좋은 폰으로 샀습니다. 아직까지 형편에 분명 부담스러운 가격의 휴대폰이었지만 3년간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저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가 뭘까요... 죽지 못해 살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새 폰도 사고 조금만 다른 곳에서 아끼면 소소하게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시기까지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함은 없이 키우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고생 많이 한 와이프도 조금은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아직 한참 멀었긴 합니다만...



1억이 넘었던 빚은 이제 1억 밑으로 내려왔고(집 있고 재산이 있는 상황에 담보 대출 1억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초등생 자녀 둘에 월셋집 살면서 재산은 1도 없는데 대출도 안 되는 신용불량자 부부에게 1억 빚은 결코 쉽지 않은 사이즈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고 매주 카드날짜마다 전전긍긍했던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기에 미리미리 준비금도 만들고 회복위원회 상환금 외에 저축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계획했던 5년 프로젝트의 2년 차입니다. 

1년 차 : 생활고에서 벗어나기(노동력+시간 최대한 활용하기)

2년 차 : 노동력으로부터 벗어나기 (노동이 아닌 스킬로 돈 벌기+효율적인 업무패턴 만들기)

3년 차 : 자산관리 (돈으로 돈을 벌기) + 꾸준한 근로활동

4년 차 : 업계 최고가 되어보자

5년 차 : 완전한 회복과 중산층 진입+ 새로운 사업준비


아직 2단계라 갈길이 멀기도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니 앞날이 걱정되기도 기대되기도 합니다.




와이프랑 시간이 나서 구청에서 주최하는 박위 님의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몸이 불편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몸이 성하지도 않은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저렇게 열정적인데 사지 멀쩡한 나는 왜 못할까...

2시간 남짓 시간이었지만 많은 교훈을 얻었고 다시는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사는 걸까?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할까?


"한때 힘들었는데 우리 지금은 살만하다 그렇지?"

지금도 와이프와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5년, 10년, 20년 뒤... 우리 애들 잘 키웠고 열심히 살았어. 그동안 수고 많았어...

아직 먼 훗날 이야기지만 당당하게 그날을 기다릴 수 있도록

오늘도 힘을 내어 봅니다.



모두 다 같이 정상에서 뵙겠습니다.

사장님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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