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멍 Aug 22. 2018

임종 그 이후

남은 가족들의 아픔

간호사로 일하다 보면 숱하게 보는 임종.

누군가는 말한다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신 분의 수액줄을 빼고 소변줄을 빼고 환자 옷 갈아입히고 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광경 많이 봐서 간호사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지요?"


과연 그럴 때가 올까

숱하게 돌아가신 분을 보는 직업이라 항상 마음 아파해봤자 소용없고 나만 힘들지만 돌아가신 분의  차디찬 체온을 느낄 때는 어떤 말 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하지만 조금 더 편안한 모습으로 가시게끔 도와드리고 싶고, 그런 모습은 간호사로서 책임감 없어 보이며 보호자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또한 그분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일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느꼈던 보호자분들은 가끔 가시는 길에 간호사 선생님의 손을 꼭 붙잡고 인사를 할 때도 있다...

서로의 눈에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그렁한 채..


갑자기 이 이야기가 왜 나왔을까..

한 달 전 담낭암 환자였던 87세 여성분이 끝내 돌아가셨었다.. 퇴원을 할 수도 있는 컨디션에 이야기도 다 하시는 분이었지만 결국엔 돌아가셨다

문제는 병명 비밀이어서 자녀분들은 알고 있지만 앞 병동에 입원했던 배우자 할아버지는 모른 채로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이었다

물론 앞 병동에서 할머니보다 상태가 좋으셨던 할아버지는 걸어 다닐 수 있는 병동이라 시간 날 때 할머니를 보러 오셨고 상태가 안 좋아서 산소를 최대치로 쓰고 계셨을 때도 의식이 없던 할머니를 보러 오곤 하셨다..


그렇게 보고는 다음날 할머니는 상태가 악화되어 보호자를 부르라고 하였으나 보호자는 안 그래도 아프신 할아버지가 아픈 할머니 상태를 보고 충격을 받고 더 안 좋아지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끝까지 말을 안 했다..(이미 산 소치 최대 쓰는 것을 보아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인사를 시켜드리고 의식이 혼미하더라도 옆에 임종을 같이 지키는 게 맞다 생각하고 지금이라도 알릴 것을 권유했으나 결국은 3시간 정도 뒤 할머니는 오는 보호자를 대부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큰딸 혼자 있으실 때 갑자기 임종을 맞이하셨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라는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이듯 하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렇게 돌아가셨고

그 일을 모두 잊은 채 사는 한 달 뒤..
응급실에서 입원한 보호자분께서
 "오랜만이에요~^ ^"인사를 하셨다

잘 모르겠어서 "누군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 하니
 " 저 몇 호에 입원했던 할머니~"하는 순간 할머니 얼굴이랑 기억이 좌르르륵..


퇴원하셨던 할아버지께서 안 좋아지셔서 입원했다 한다.. 어머니와의 사별로 많이 충격을 받기도 하고 혈압도 떨어지고 어지러운 증세가 주호 소.(아무래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고맙고 사랑한다라는 말을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 생판 모르는 할아버지 얼굴과 보호자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데 괜히 눈물이 나올락 말락 해서 내가 주책이란 생각을 하며 병실에서 나왔다


그렇지 않을까..

할아버지 입원 조사지에 앞 병동 입원 중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던 배우자 표시를 내가 지우고 사망 체크를 하는데 마음이 시큰..

나도 이런 작은 흔적들부터 시작해서 그 할머니의 표정까지 생각나는데 그 긴 세월 헤어짐을 어떻게 견디셨는지..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법

헌데 왜 만남보다 이별이 훨씬 힘든 건지  모르겠다


간호학과 수업을 들을 때 그렇게 배웠다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간호를 해줘야 진정한 간호라고...

하나 지금의 나는 그저 장례식장을 어디 쓸 건지 물어보며 기계적으로 장례절차를 밟아주는 간호사가 되어있는 것만 같다..


40살 넘은 아저씨가 아기처럼 엉엉 우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살아계실 적 얼마나 잘해주셨으면 저렇게 어린아이처럼 울까...

저분에게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어떤 행동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남겨진 저분을 위한 간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같이 울어주는 게 아닌 따뜻하게 손을 잡아준다던지.. 따뜻하게 안아준다던지..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할 수는 없을까...

고민에 빠진 채 잠드는 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