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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Aug 20. 2018

말기 폐암 환자..

"오늘을 못 넘길 것 같다.."

자기 자신의 죽음을 어느 정도 예견했던 것일까

의사 선생님 말로는 폐가 한쪽은 아예 없고, 나머지 한쪽도 기능이 너무나 약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은 분이었다


이브닝 때 계속 숨차 다해서 이것저것 스테로이드제제도 2번이나 들어갔고 가래약은 물론 마그네슘까지 들어갔다.. 그래도 숨차 다해서 네뷸라이저(기관지 확장 및 거담제)까지 시행했지만 그건 답답하다며 refuse 하더라.. 아마도 또 숨차다 할 것 같다는 식의 인계를 듣고 밤 근무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누른 콜벨에 숨차다 하였다


Nasal o2 2l/min apply 상태로 spo2 96%...

겉으론 괜찮아 보였지만 숨차다 하여 아침 가래약을 당겨 주사했다

30분도 안되어 제발 숨차 죽을 것 같다 약 좀 달라는 말과 여전히 비슷한 컨디션.. 당직 샘에게 노티 하여 처방 난 코티소루와 마그네슘을 주었다..

물론 일부러 아주 천천히.. 주었다


폐암환자들은 불안감이 심하여 그래도 무엇인가 들어가고 있음을 알면 덜할까 하여..


그렇게 지나간 밤동안 괜찮았는지 묻는 내 말에 " 지금은 훨씬 괜찮다..^   ^"라는 답변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5일 후였을까 그 환자를 내가 다시 봤을 땐 비슷해 보였지만 미세하게 좀 더 나빠진 상태..

그때의 밤 근무를 기억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꼭두새벽부터 혈당재는 나에게 "고맙습니다"라며 미소 지어주는데 내가 더 감사한마음이 들었다


그날은 간호학생도 없어 엄청 바쁜 날이었다..

그래서 혼자 활력징후 재고 혈당 재고 방 정리 하고 약 타오고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

그때 울리는 콜벨 소리.. 숨차다..라는 아저씨의 말

어.. 아침 9시에 들어간 스테로이드 제제를 또 주기엔 시간 간격이 모자랐던 시간 12시였다..

그래서 오후 3시 가래약과 처방 난 주사를 당겨주었는데 다시 1분도 안돼서 콜벨..

숨차다!! 네뷸라이저를 시행하였지만 2분도 안돼서 콜벨!

사람이 가는 도중에 콜벨!!

산소를 6l/min로 올렸지만 숨차다 콜벨!!

어찌어찌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하며 안심을 시킨 후에야 어느 정도 안심을 하였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어 퇴근을 하였다..

아저씨는.. 다음날 또 꼭두새벽부터 혈당을 재는데 아저씨가 주섬주섬 5만 원짜리를 꺼내서 나에게 몰래 건네준다..

옆에는 원래 계시던 아들이 없고 간병사분이 계셨다

'아저씨가 어제부터 그간 호사 안 오나.. 안 오나 기다리더라.. 받아라. 차라리 주는데 받아라..'

"에이.. 전 안 받아요~~ 무슨 소리예요"하며 도망치듯 나왔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또 아저씨를 보는 때가 있어 봤는데 또 주는 오만 원짜리 지폐..

"아 저 안 받아요 ~ 이런 거 받으면 안돼요~"라는 말에 아저씨가 색색거리는 숨소리로  "받아. 나 지금 숨.. 차서... 말.. 잘... 못하니까.. 받아.."

정말로 괜찮았던 아저씨 그 숨찰 것 같아만 보였다

"아.. 일단 알겠어요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복도로 나와있는 간병사 분께 아저씨 가족들 오면 다시 돌려드려 주세요...라는 나의 말에 "에이 그냥 받아 아저씨 어제부터 기다리고 있던데.. 아저씨 돈 많은 것 같더라 그냥 받아.. 그간 호사 안 오나.. 아저씨 성의 계속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맛있는 거 나눠먹 던 지 해.."


이런 것도 받아본 적 없어서 인사라도 해야겠고..

다시 들어가서 아저씨께 "아저씨 감사합니다 가서 간호사 선생님이랑 맛있는 거 사 먹을게요"라는 나의 말에 선한 눈망울에 미소 지어 주시던 아저씨


그 날 아저씨는 오전에 온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오늘을 못 넘길 것 같다"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분이었는데 그런 말을 들은 아들이 간호사실에 와 물었다.. 그만큼 안 좋냐고..

물론 심히 안 좋지만 사람 목숨이란 게 신이 아닌 이상 그리 예상 가능한가..


우리의 대답 확 하게는 우리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날 아저씨는 오후 2시부터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며 optiflow까지 썼지만 떨어지던 산소포화도는 잡을 수 없었다


간호사실에 나와있던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을 때가 기억이 난다


선한 눈망울로 말없이 나에게 희미한 미소를 뗬던 것 같다..


아저씨는 자신의 갈 때를 알았으며 난 아저씨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이 남았음을 아저씨는 알았을까

한 사람의 인생의 끝에 나는 슬퍼할 시간도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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