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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Mar 24. 2018

수혈하던 환자

천진난만함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기억에 남는 환자라고 해야 할까?

때론 간호사 일을 할 때면 그 사람의 예후가 보인다

런 경우에는 저랬지... 저런 경우는 저렇게 되더라


어떤 40대 여성 환자였다..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마른 환자였는데 목에 뭔가가 만져져서 입원했었다

그리고 주로 등 쪽 통증을 호소하며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을 필요할 때마다 맞았던 분이었다

( 등 쪽으로 암이 전이됐던 분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피검사상 피 수치가 10점대는 돼야 하는데  6.8, 7.8 수치가 떨어져서 수혈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수혈을 했었는데 이브닝(오후 근무) 출근 후 피가 잘 안 들어가서 한참을 진땀 흘리다 결국에는 다시 새 라인(혈관)을 잡았었다

그렇게 고생하는 날 보며 맞아야 되는 피를 가리키며 "이거 어떡할까? 확 마실까?" 하고 웃으며 농담을 하시던 드물게 밝은 에너지를 가진 분이었다


그럴 때면 나는 장난스럽지만 진심으로 "에이... 안돼요 피는 비려서 메스꺼워요" 라며 대답하곤 했다.(실제 효과가 전혀 없다)

그러면 또다시 웃으며"메스껍나? ㅎㅎ 선생님은 혈액형이 뭐고?" 하시면 "아 저는 에형이요"하고 " 아.. 그럼 안 되겠네 같이는 못 나눠마시겠네 ㅋㅋㅋ" 하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분은 AB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이 바쁜 와중 잠깐이라도 오히려 내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곤 했었는데...


어느 날 그 수혈한 지 3일이 지났을까?.. 너무 아파해서 1인실로 갔다는 그녀는 객혈을 했다.

그리고 1시간도 안되어 피를 토했고, 그녀는 다음날 나이트 출근을 했던 내가 봤을 때 너무 야위어 있었다..


나이트 내내 피를 울컥울컥 토하던 그녀..

내가 담당 간호사가 아니라 못 들었지만 선배 간호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옥상에 자꾸 가고 싶어 한다는데.. 답답하다고.. 왠지 뛰어내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 " 본인도 결국 방법이 없는 걸 알고 죽을 운명 같으니 차라리 빨리 죽고 싶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말하며 왜 눈물이 그리도 나던지...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왜 눈물이 나는지..


그 외에도 지적장애 1급 환자를 둔 어머니가 계시는데.. 그 환자분은 55세이시다.. 어머니 나이도 대략 가늠이 가능하다.. 70대 정도..

근데 그 환자분과 간호사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지만 어머니는 그 분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아프다고 하네... 하며.. 50년의 노하우일까?..

그 보호자분은 너무나 해맑은 미소를 가지고 항상 감사하다고 하고 소변 비우는 일도 "제가 할게요" 하셔서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하면 아유 고마워요 말씀해주시는데 너무나 부끄럽다..


그 위에 환자분이 피 토하는 날 나이트 근무를 할 때 오렌지가 엄청 큰 걸  수고한다고 비닐봉지에 주셨는데 왜 그렇게 미안하고 말하기 어려운 감정으로서 얼마나 감사하고.. 부끄러운지..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이렇게 환자를 보내며 지내며


호스피스 환자를 돌볼 때 기억나는 환자들도 있다

그때의 날을 회상하다 보면 친구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내가 그들의 마지막 순간에 있었을 텐데 그때의 난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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