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멍 Apr 04. 2022

동그라지는 돌멩이

호흡기 환자

오늘은 여느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산소포화도를 매일매일 체크하는데 어떤 분의 산소 수치가 92% 정도였다


평소보다 조금 낮은 수치에 혹시 숨이 차시냐고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수치가 좀 떨어졌네.." 하며 혼잣말을 하시는 환자분


애써 못 들은 척 일하러 갔다. 왜냐하면 나에겐 16명의 환자에다가 다른 급한 환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 옆자리 환자분은 이미 너무 나빠져 기도삽관에 가래도 수시로 뽑아주어야 했다. 한 시간마다 콜벨이 울려 가서 처치하랴 주사도 놓으랴 가래 뽑으랴 먹는 양 소변 양 체크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는 하루였다.


그렇게 다른 환자분도 보며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저번에 산소 수치가 92%였던 분은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 고유량 산소(optiflow)를 사용하고 계셨는데 쓸 수 있는 최대 용량을 쓰셔도 산소 수치가 90~93%, 때로는 80%대까지 떨어졌다.

아저씨는 숨이 차지만 괜찮다 하셨다.

사실상 할 수 있는 처치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밤동안의 일들이 미뤄져 있어 급히 급히 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날이 밝아왔고 환자분에게 가니

"밤동안 수치가 50%대까지도 떨어지고 숨도 많이 찼지만 간호사 선생님 바쁠까 봐 콜벨도 안 눌렀다."며 어떻게 보면 옅게 미소 짓는 환자분에게 어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힘이 드시면 콜벨 눌러도 돼요. ㅠㅠ 그러라고 있는, 쓰라고 있는 콜벨인데..."라는 말에 그저 알겠다며 힘들게 숨 쉬는 환자분.


폐는 점차 나빠져 의미가 없으나 돌아가시기에는  젊은 50~60대의 환자분.

리고 이틀을 쉬고 다음날 출근을 하자 그때 마침 돌아가신 환자분.

정말 조용히 가신 분이었다.


또다시 내일이 오면 새로운 환자와 만나 웃으며 이야기하고 밝아야 하겠지만 실은 안 좋아지는 환자를 보는 건 어떤 이별을 하는 건 참 익숙해지지 않은 통증 같은 것이 아닐까


또 이렇게 잘해드려야지 싶다가도

 어느새 시간은 멀리 가버리는

무뎌지는 나날인가

동그라지는 돌멩이일까



나의 눈에는 그럼에도 그분의 옅은 미소에는 죽음의 공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

자신의 끝을 마무리하는 '멋짐'이 느껴졌다.


그분의 죽음에 가족들은 정말 많이도 슬퍼하셨지만 그분은 옅은 미소를 띠며 가셨으면 그것도 나름 괜찮지 아니한 인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계속해서 묻는 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