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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안암(安岩)

#52. 가까이

by 장재현입니다

살아있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구체적으로 내가 언제 느껴지는지 생각한다.

다름을 겪을 때 내 존재를 느낀다.


다른 의견 사이에서 존재하는 나.

거기까지가 나라는 사람의 기준인거지.

차이에서 다름을 찾고, 그 타협점을 찾고 기준을 만들고,

그 순간에 나를 또렷하게 느낀다.



사장이 된 후론 찰랑찰랑 담은 호수처럼 스트레스가 가득하다.

물수제비 뜨 듯 첨벙첨벙 하는 날이 대부분이라, 약간이라도 줄어든 날엔 마냥 신나 들뜨기도 한다.

그러다 가끔 표면장력까지 차오르는 걸 느낀다.

언제라도 넘칠세라, 조마조마하고 있던 마음에 누군가 돌을 던지기라도 하면

와르르 무너질까 겁시나 한 발짝 한 발짝 까치발로 더 디운다.


멀찍이 상상 속에 가득했던 나의 꿈은, 혹시 내가 모래로 만든 댐 안에 가둔 물이 넘쳐흘러 가까이 가지 못할 시나, 구시렁구시렁 큰소리로 뱉어지던 나의 불안은 혹시나 그 모래로 만든 댐인걸 누군가 눈치챌라 오그작 오그작 속만 갉는다.

그렇게 조심스레, 마음 졸여 아주 조금씩 가까이 갈즈음엔 항상 존재하는, 넘쳐흐를 준비를 하는 그 물가 너머에 나의 꿈이 있다. 물이 없다면 마주 할 수 없는 나의 꿈에, 스트레스는 필수 불가결이라.


받아들여 그제야 발 밑에 차오른 물을 마주 본다.

이제나 저제나 무너져 내릴까 염려한다. 눈을 떼지 못한다. 그래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이 문제만 해결하면 될까. 그 앞도 무너져 내릴까 염려해야 할 구석이 산더민데, 나는 발을 내밀 수 있을까.


내밀어 본다. 겁시나 가만히 섰다, 이렇게는 빠져 죽을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호랑이 등에 타놓고, 호랑이가 날 물까 봐 부여잡지 않겠다면 그건 답이 아닐 테니 꽉 부여잡고 잘 피해 가며 방법을 찾을 밖엔.


내가 살아있음에 대한 증명일지도 모른다.

구토할 듯 몰려오는 스트레스가 만들어 낸 이 찰랑거리는 호숫가 위로, 내밀어본다.

이 스트레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난 이 모래무덤 끝에 닿지 못하리란 생각만으로.

결국 주저앉을 발자국일지언정, 발을 내밀지 않으면 알 수 없으므로.

더디고, 빠지더라도 결국 내 스트레스니

내밀어본다. 그 지옥 같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껴야 한다.

고통받는 부분부터 나를 만들어간다.

그제야 내가 거기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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