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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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안암 오픈하고 얼마 안돼 인터뷰를 진행했던 잡지산데, 당시 경험이 좋게 기억되진 않아서 그 이후로 잡지사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았다.
(사장이나 대표보단 브랜드가 먼저 눈에 보였으면 했기에, 사장으로서 부각되는 지점을 지양하기도 한다.)
그 후로 배민광장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게 꽤 많은 분들에게 소개되면서 안암에 자영업자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처럼 느껴졌더랬다.
(동종 업계 분들은 포스가 다르다. 뭐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는 기세가 있다.)
여하튼, 그 경험이 괜찮았다. 인터뷰를 진행하시는 분의 태도가 예의 있게 느껴졌고, 말을 하면서 정리되는 부분도 많았기에 내게도 도움이 되는 인터뷰였다. 그래서 스트레스 때문에 인터뷰를 거절하진 말자 싶었고,
마침 인터뷰 제안이 왔길래 수락했다. 그것도 보여주고 싶던 깊픈이라는 브랜드이니, 그 또한 좋았고.
인터뷰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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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받으면서 내가 깊픈을 오픈하고자 했던 이유에 대해 곱씹었다.
우리가 하는 일로서, 음식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그 콘텐츠로 이루고자 하는 것들.
음식은 우리에게 어떤 시점의 기억을 바로 끄집어내어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힘이 있다.
과거의 향수를 불러와 그 시대의 기억과 교감하고 공감시키는 힘이 있다.
나는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왜 하고 있는가를 한번 더 상기했다.
안암과 깊픈 모두, 우리의 어떤 시절을 대표하고, 현재를 대표하는 기억으로서 공감과 교감을 만들어 내는 것.
안암은 현재 시점의 교감을 기대하며 과거 기억을 채색했고,
깊픈은 과거 시점의 교감을 기대하며, 현재로 끄집어 올린 브랜드이다.
그래서 안암은 북촌을 거닐던 어떤 기억의 초록색 국밥이 안암을 떠올릴 단초가 될 수 있고 그것이 사실 북촌 전체의 기억 중 일부이기에 조금 더 빠르게 경험의 중첩이 가능하지만,
깊픈은 각자가 가진 다른 어떤 기억에 묻어 있는, 현재의 시간대가 그 음식에 관한 희소성을 끄집어 올린 브랜드라, 손님과 우리의 교차점을 만들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음식점이다.
그래서 그 일이 옳은가 그른가를 평가하다 보면, 깊픈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음식점으로서 충분히 옳고
이는 내가 외식 사업자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와 철학을 담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최근 생선구이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 트렌드와 같은 생각이신 거냐는 질문이 있었다. 나도 너무 좋아하는 생선구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어릴 때 먹던 생선과는 모습이 다르다.
그러나, 생선구이를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현재 시장의 다수(40-50세대)를 차지하고 있기에 시장 관점에서도 그런 음식점들이 교외에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먹기 어려워지기도 했고.
내가 깊픈을 열었던 이유는, 내 세대와의 교감이기도 하지만, 미래세대의 관점에서도 지속 가능성 있는 음식점인가, 그 고민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주방이 없는 오피스텔들의 등장, 공동주택에서 생선을 구울 수 있는가에 관한 논쟁. 그렇다면 우리 다음 세대의 식탁엔 생선이 없는 건가? 음식 하는 사람으로서, 이 재료가 이렇게 사양되어 가는 걸 시장 논리만으로 내버려 두는 것 역시 무책임한 일 아닌가?
깊픈에 관한 평가를 들어보면,
누군가는 "안암이 만들었다고 생각도 못했다"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역시 안암이 만들었다는 게 납득이 간다"라고 말한다.
본질을 들여다보면, 안암이 하고 있는 일과 깊픈이 하고 있는 일은 같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좋았던 음식 경험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그 음식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는 음식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그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오기에 주저함이 없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가치까지 지켜나가는 것.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깊픈은 트렌드를 읽지 않은 음식점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로라하는 대표님들처럼 트렌드를 잡아 탈 수 없는 사람이라,
가장 우리 다운 음식을 차곡차곡해 나가는 데 집중해야겠다.
우리가 하려는 것들은, 멀게는 가장 우리(대한민국)답고, 가깝게는 가장 우리(안암) 다운, 그리고 작게는 가장 나다운 음식으로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