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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꽃 일원이 Feb 19. 2016

돌아올수 없는 길

따뜻한 평등한 차별없는 세상

차가운 냉동고에서

지친 몸을 쉬고있는 그대여

이미 세상과 이별을 고한지

사십구일 가까이 흘러온 지금

이제는 따뜻한 세상

평등한 세상

차별없는 세상으로 보내드립니다


동이틀 무렵 고단한 몸을 이끌고

꿀맛같은 잠을 이겨내며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 운전대와

동고동락하며 매일같이 달리고 달려왔습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기에

자존심도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던 날

몸도 마음도 비참하게 짓밟혀 버렸습니다


무엇이 그대를 최후의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을까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이는 동안

자본가는 누가 죽으라 했냐며 또 한번

가족의 마음을 후벼 놓았습니다


부당해고로 인해 받았던 정신적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지 못하겠지요?

단란한 가정을 파탄의 길로 내몰았고

최후의 선택으로 인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함께했던 동료를

자녀와 부인을 마음에 묻고

그대는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지난 날 거센 찬바람에

서로의 체온을 온기삼아

함께했던 천막생활

찬밥에 김치로 허기진 배를 채워도

우리에게도 봄은 온다고 믿으며

버텨왔던 시간이 떠올라

그대를 쉽게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그대의 소원

우리가 이어 받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마음에 짊어진 무거운 짐들 놓아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고이 잠드세요

아랫목에 묻어둔 따뜻한 밥 한공기 처럼

훈훈하고도 포근한 세상

노동자가 대우받는 세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이 아닌

이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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