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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꽃 일원이 Feb 23. 2016

비정규직 인생사

우리의 비정규직 인생살이 갖은 차별대우 속에서도 이 악물며 버텨가는 인생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의견이 있어도 무엇인가에 억눌려 살다보니 판단력도 없어지고 그냥 가슴속에 묻어가면서 살아가니 쌓이는 거라고는 스트레스  보다도 한(恨) 만이 쌓이는 것 같다. 

온갖 음모를 견뎌내고 임금의 자리에 올라 나 자신을 낮추고 소홀하기 쉬운 최 하위계층인 사람들까지도 살펴줬던 정조 교수형을 앞둔 노비에게 어미를 대신해 차려 주었던 최후의 만찬 “이것이 너의 어미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었던 음식 이었다”며 너의 희생을 끝으로 다시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던 장면은 지금도 진한 감동을 주었다. 우리의 처지 때문인지 다른 장면보다도 더 마음에 와 닿은 장면이 아닌가 싶다.

고용주들은 왜 권위만 앞세워 우리를 억압하려고만 할까. 그들은 의무 이행하기를 거부하여도 제제를 받지 않는 것 같다. 미안해 하기는 커녕 오히려 당당하다. 

신부 입장 이라는 사회자의 안내 멘트에 따라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든 딸들이여 그 느낌은 어떠하였는지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이 아버지의 손을 잡아 드렸는지요.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잡아 보았다.

나무처럼 뻣뻣한 손 굵어진 마디가 아버지의 고달픈 인생을 대변 해주고 있는 듯 했다.  

우리는 원한다. 아버지처럼 인자 하고 진심이 전해지며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손으로 우리의 손을 잡아 주기를. 고용주 혼자서 이끌어 나가는 것은 아니다. “찬란한 유산“에서 지위 고하를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주식을 배당해준 회장님처럼 우리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고용주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고용주가 있다면 금상천화요 노조도 필요 없을 것이다 

우리도 회사 주인이다. 우리도 이익을 배당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단지 마음속으로만 요구할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어렵거나 억울한 일이 있으면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는 노조가 있기에 연대 해주는 조합원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집회 때마다 핏대를 올리시며 연설을 하시는 지부장님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하고 또 속까지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건강 생각하셔서 너무 핏대 올리지 마세요. 혈압 오르세요.^-^

노동조합이야 말로 권위도 없고 차별도 없다. 모두가 한 가족이다. 우리의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곳이다. 노조 직원들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면 속이 시원해진다. 이름 그대로 평등노동조합 이다.

지부장님 이하 모든 간부님들 힘없는 우리를 위해서 맞서 싸워주시는 모습에 저희는 희열감과 감사의 마음을 가집니다. 

연대는 자주 할 수 없어 죄송하지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희망의 끈은 놓지 말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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