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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꽃 일원이 Feb 27. 2016

아흔다섯의 할머니

2014년 어느 날  카스에서

호스로 연명하시며

곤히 잠드신 모습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인기척에 깨어나실 것도 같은데

세상모르고 주무시고 계십니다

꿈속에서 어떤 여행을 하고 계실까요?


아흔다섯 할머니는

가족들만 약간 알아보실 뿐

언어소통도 제대로 하시지 못하신다고 하십니다


할머니에게도 꽃다운 시절이 있으셨겠죠?

주름만 가득한 얼굴엔 코에 연결된 호스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다시 갓난아이로 되돌아 가신듯

불러도 대답없이 주무시기만 하십니다


희노애락 번뇌망상과 함께 했던

구십오년 여생을 이제는 모두 내려 놓으시려 하시는 듯 꿈나라를 여행중이십니다


오늘 오랫동안 교당에 못나오신 유 응원 교도님께 다녀왔다

아이처럼 주무시는 모습만 바라볼 뿐 침묵의 시간은 이십여분 계속되었다

단장님께서 물휴지로 얼굴을 닦아드려 보았지만 인기척에도 반응이 없으시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호흡기에 의존해서 연명하고 계시는 분들이 대다수였고 한쪽에서는 가족의 품에서 마지막을 맞이하시는 분도 계셨다


고요함속에 낮은 볼륨의 나즈막한 음악소리만 귓가에 들려온다


아흔의 아버지

여든넷의 어머니

두분이 그렇게 자리를 지켜주심에 감사하다


부부의 연으로 맺어 살아온 시간동안 삶의 무게를 환산할 수 없지만 이제는 맘 편히 남은 여생 건강이 허락하시는 날까지 지금처럼 그렇게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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