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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꽃 일원이 Jul 22. 2016

도산지옥

칼퇴근과 함께 도로를 가득메운 차량들

트럭 한대가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 서있다

어릴적 산 닭들을 싣고 다니며 즉석에서 손질해주던 기억이 되살아나듯 좁은 닭장안에 갇혀있는 닭들과 오리들 그리고 손질하는데 이용되는 기계들이 트럭 뒤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켠 닭장에는 벌써 어느 누군가의 식탁을 향하여 희생된듯 조금은 넉넉한 모습이었다

남아 있는 닭들과 오리들은 자신들이 희생당할 것을 알고 있을까?

왠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듯한 모습처럼 보였다

복날이 되면 몸보신용으로 희생되는 수많은 닭들과 개들 사람들을 위해 희생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지만 순간 닭을 잡는 과정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15일이면 남부시장 유명닭집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번호표를 뽑고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살수 있는 곳이다

특별할인을 하는 날이기에 주문량도 많고 더운 날씨에 열기와 씨름하며 닭들을 튀겨내고 있었다

복날을 앞둔 날이라 육계닭과 토종닭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손질을 위해 스위치가 올려지고 부분 부분 토막으로 만들어 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도산지옥"이라는 법문말씀이 생각났다


김 삼매화가 식당에서 육물을 썰고 있는지라 대종사 보시고 물으시기를 "그대는 도산지옥을 구경하였는가."

삼매화가 사뢰기를 "구경하지 못하였나이다. "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도마위에 고기가 도산 지옥에 있나니 죽을 때에도 도끼로 찍히고 칼로 찢겨서 천 포 만 포가 되었으며 여러 사람이 사다가 또한 집집에서 그렇게 천 칼 만 칼로 써니 어찌 두렵지 아니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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