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입다

by 정선주

고개숙일 줄 몰랐던 무더위

한순간에 잠들어버린 여름

구름도 나들이 간듯 청명한 하늘

하늘 계단 맞닿을듯 성장한 나무사이로

비춰지는 눈부신 태양


걸음 걸음 내딛는 작은 숲속의 산책길

고개들어 눈 마주치니

곱게 물든 형형색색의 자태들

변화의 이치가 더해진 자연의 수채화

전시회 초대에 느껴지는 황홀함


가로수 줄지어 늘어선 은행나무

꾸릿꾸릿 향기 뿜으며

인도에 쌓이는 낙엽 위로

바람의 부채질에 데굴데굴

릴레이 경주를 하네


한적한 동네 집집마다 무르익은 감나무

인심 좋은 주인의 허락에 한입 두입

맛보는 아삭한 감 입안에서 춤을 추며

터질듯 무르익은 홍시감 바닥에 색칠을 하고

배고픈 냥이와 새들의 먹이가 된다


계절의 변화따라 주변의 만물들

울긋불긋 색동옷 입고

태양에 반짝이는 은빛물결

바람의 부채질에 낙엽을 떨구고

만물은 모두가 가을을 입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