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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 Aug 13. 2016

탄자니아의 불금, 치맥 대신 ‘칩맥'

탄자니아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칩시 마이아이'

불금엔 치맥


이 영롱한 문구를 실천할 수 없는 탄자니아, 여기엔 한국식 치킨이 없다. 후라이드와 비슷한 튀긴 닭이 있긴 하지만, 너무 질겨서 고무인지 닭인지 분간이 안 간다. 안주는 입에 쏙쏙 들어가야 제맛인데! 질겅질겅 뜯다 보면 오히려 술이 깬다.


2년여의 방황기를 거치고 정착한 나의 맥주 안주는 ‘칩시 마이아이(chipsi mayai)’. 칩시 마이아이는 감자튀김을 달걀에 부쳐낸 간단한 현지 음식이다. 칩시(chipsi)는 감자튀김(chips)을 부르는 탄자니아식 영어이고(이곳 사람들은 영단어 뒤에 i를 붙여 그대로 외래어로 쓰는 경우가 많다.) 마이아이(mayai)는 스와힐리어로 달걀이다. 


이름만 들으면 재료가 특별하지도 않고 식감도 눅진눅진할 것 같지만, 이 단순한 조합의 시너지는 대단하다. 일단, 이곳의 감자튀김은 맥도날드 프렌치프라이처럼 새끼손가락 만한 게 아니라 엄지손가락만 한 굵기라 제법 씹는 맛이 있다. 탄자니아에서 많이 먹는 감자는 한국 감자와 종류가 달라 단맛이 나고 껍질에 살짝 붉은색이 돈다. 


탄자니아 스타일대로 기름을 잔뜩 두르고 달걀을 더해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단맛이 있는 감자와 소금 간을 한 계란의 짠맛이 어우러져 '단짠단짠'을 만들어내 포크질을 멈출 수가 없다. 넓적한 그릇을 꽉 채우는 크기인데 한국돈으로 1000원 정도다. 저렴한 가격에 한판을 다 먹으면 배도 든든하기 때문에 탄자니아 사람들도 가벼운 점심을 먹을 때 많이 찾는 메뉴다. 한국으로 치면 봉구스 밥버거 정도 될 것 같다.

 


바삭하고 부드러운 칩시마이아이에 '세렝게티 프리미엄 라거'를 곁들인다. 사실 탄자니아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는 킬리만자로의 빙하가 녹은 물로 만들었다고 하는 '킬리만자로 프리미어 라거'다. 가벼운 목 넘김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조금 더 진한 풍미를 가진 '세렝게티'가 더 땡긴다. 현지인처럼 세렝게티 맥주를 시키려면 "츄이 모자!(chui moja)"라고 외치자. '츄이'는 스와힐리어로 표범이고 '모자'는 하나 라는 뜻이다. 맥주 라벨에 표범이 그려져 있어 '츄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칩시 마이아이와 츄이, 서울의 금요일 밤이 부럽지 않다. 




아루샤 칩시마이아이 맛집 : 올로시바 가든(OLOSIVA GARDEN). 바삭하고 얇게 잘 부치는 스킬이 일품.
아루샤 칩시마아이아 최악의 음식점 : 아루샤 나이트 파크(ARUSHA NIGHT PARK). 너무 두껍고 퍽퍽!


커버이미지 : 아루샤 @2016

사진 1 : 세렝게티 프리미엄 라거 @2015

사진 2 : 세렝게티 플라티넘 @2014

사진 3 : 킬리만자로 프리미어 라거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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