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행' 2편
대구 터미널에 도착해서 나는 버스 트렁크에서 짐을 꺼냈다. 등산배낭(내 거), 등산화가방(내 거), 백팩(초밥이 거), 핸드백(초밥이 거)을 주차장 바닥에 놓고 빠진 게 없나 보는데, 앗, 하나가 안보였다. “기사님 잠깐만요” 나는 버스를 출발시키려는 기사님에게 안 꺼낸 게 있다고 말하고 다시 트렁크를 열었다. 하지만 안은 텅 비어있었다.
기사님이 물었다.
“뭐가 없는데요?”
“노트북이요. 노트북이 없어요.”
“승강장 벽에 까만 가방 하나 세워져 있더구먼 그건가 보고만. 그거 싣지도 않았어요. 나는 뭔가 했지. 군산 터미널에 전화해 봐요. 누가 안 가져갔으면 아직 있을지 모르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노트북이다. 나는 하얗게 질린 채 전화번호를 검색하고 군산 터미널에 전화했지만, 안내 음성서비스만 나올 뿐 상담사 연결은 되지 않았다. 일말의 기대를 걸고 연언니한테 전화했다.
"언니 바빠요?"
"대구 잘 갔어? 무슨 일이야?"
"나는 왔는데 노트북은 못 왔어요. 버스정류장에 노트북을 두고 버스를 탔는데, 언니가 가서 노트북 있는지 찾아봐줄래요?"
"알았어. 일단 출발해서 전화할게."
초조하게 연언니 전화를 기다리는데 기사님이 다가왔다.
"전화 됐어요?"
"아뇨. 안내만 나오고 상담사 연결은 안 돼요."
"요새 다 그래요. 가만있어봐요. 내가 소장님한테 전화해 볼게. '소장님 사무실 나오셨어? 손님이 승강장에 노트북을 뒀는데 있나 한번 봐줘요. 그래요. 찾아보고 전화 줘요."
이제 기사님과 함께 소장님, 연언니 전화를 기다렸다. 기사님의 전화가 먼저 울렸다.
"어. 있어? 그럼 사무실에 가지고 있어."
기사님이 나한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서 연언니 전화번호를 터미널 소장님에게 알려주고, 연언니한테 터미널 2층 사무실에 가서 노트북을 받으라고 했다.
"노트북 받았어."
연언니에게 최종 전화가 왔다.
“언니가 가지고 있어요. 고마워요.”
기사님에게도 이 은혜를 어떻게 갚냐며 나는 절을 했다. 노트북이 분실됐다는 걸 안 순간부터 이리저리 전화하느라 초밥이와 나는 버스에서 내린 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채 삼십 분간 있었다. 주차장 한복판에서 내가 감격의 엔딩컷을 찍고 있을 때 초밥이가 대사를 쳤다.
“노트북은 왜 가지고 와가지고.”
나도 자아비판에 들어갔다.
“이놈의 욕심 버려야지, 진짜. 그 와중에 산에 가려고 배낭이랑 등산화까지 챙겨 오지를 않나, 나도 이런 내가 징글징글하다, 징글징글해.”
이 모든 여정에 보미(말티즈, 8세)까지 있어서 보미가 든 케이지까지 무슨 피난 가는 것도 아니고 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데 현관문 번호키가 작동되지 않은 일부터 노트북 분실과 회수까지 겪고 대구를 갔다가 나흘 만에 집에 돌아왔다. 모든 게 제자리에 있었다. 냉장고, 식탁, 의자, 그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워서 눈으로 쓰다듬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에 그대로 있다는 건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