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의 길

원장일 때 하지 못한 말06

by 김준정

중학교 3학년인 재원이는 인문계 고등학교도가지 못할 성적이었다. 그런데도 밤 10시까지 영수학원을 다녔다. 재원이는 독해 수준이 극도로 낮았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없으니 공부를 못할 수밖에 없고, 학원을 다녀도 강사가 해주는 해석만 듣는 식이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공부를 포기 못하는 부모님이었다. 재원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학교 수업을 듣고, 저녁도 편의점에서 때워가며 학원에서 밤 10시까지 듣기만 하는 거다. 착한 아들 역할을 하느라 고생하는 재원이에게 물었다.

“지금 뭘 제일 하고 싶어?”

“검도요. 초등학교 때 배운 적이 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못 가요.”


나는 어머니에게 재원이가 검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공부 때문에 안 된다고 말했다. 재원이는 체격이 크고, 힘이 좋았다. 운동을 하면 막힌 물이 뚫리듯이 경직되어 있는 사고 가열 릴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나라도 싫은 일을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하면 아무것도 듣기 싫고,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책 <회복탄력성>에서 김주환 교수는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면 불행과 역경을 이겨내는 힘인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스스로 헤쳐나가는 힘인 회복탄력성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면 키워질 수 있다. 크고 작은 고난을 하나하나 넘어가면서 자신감을 얻고, 삶의 의미를 찾아갈 때 적극적 수준의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학교교육에서 예체능 수업이 많아야 하는 이유다.


기질적으로 학습 능력이 낮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탁월한 능력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강점과 덕성을 키우는 활동을 하면 전체적인 힘이 커져서 약점 지능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다. 재원이의 생활 전체는 약점에 관한 활동으로 채워져 있으니 자신감이 없는 건당 연했다.


중고등학생이 무기력하고 생기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 시절에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경험이 부족한데 있지 않을까? 호불호가 없고 개성과 취향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 학년제를 통해 진로를 찾는 활동은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딸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방과 후 수업으로 방송댄스를 수강을 했다. 그런데 5학년이 되자 방송댄스 수업이 폐강이 되었는데, 신청자가 없다는 게그 이유였다. 같이 방송댄스를 했던 친구들이 말하길, “엄마 가이제 영수학원 다녀야 한다”라고 했다.


딸은 친구 두 명과 방송댄스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원에 다니겠다고 했다. 학원은 집에서 거리가 있는 곳이라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녀석은 버스노선과 시간을 알아와서 내게 계획을 말했다. 이렇게 열혈 댄서 세 명은 6학년인 지금까지 무도의 길을 가고 있다.


김민식 피디는 미래에는 융합형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성적으로 상위 30%, 영어로 상위 30%, 여행으로 상위 30%, 이런 식으로 교집합을 하다 보면 나만의 영역이 생긴다는 것. 대체 불가능한 능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공부와 함께 자신이 흥미를 갖는 것을 꾸준히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그것이 공부를 하는 동기와 추진력이 될 수 있다.


학원에서 공부만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실제 공부 양을 떠나서 공부와 관련된 활동만으로 하루를 채우고, 그게 다인 걸로 아는 아이들. 책 한 권 읽을 여유가 없는데 진로탐색이란 말은 어림도 없는 소리였고, 한 번에 되는 일도 아니었다. 꾸준히 자신을 탐색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새로운 정보를 판단, 취합할 수 있다. 마치 자신의 체형을 아는 사람이 옷을 고를 수 있는 것과 같다. 학생들이 진로체험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옷을 구경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흥미를 갖는 것에 대해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들이는 것, 그것이 내 몸에 대해서 알아가는 일이다.


한편 나는 내 글이 딱딱한 걸 애처로워하고 있다. 도대체 유머라는 걸 알고나 있는 거냐고 스스로를 다그치게 된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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