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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른 Jun 09. 2024

이런 게 행복일지도

사소하게 부는 바람에 감사함이 묻어났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뜬다. 

역시나 오늘도 새벽 글쓰기는 놓쳤고

나보다 둘째가 먼저 일어나 거실에서 놀거리를 찾는다.


띵동! 벨소리에 뒤척이던 몸이 벌떡 일어난다. 

이른 오전이라 벨소리에 아이도 나도 놀랐다. 

놀란 아이 생각에 스프링에 튕겨지듯 아이에게 달려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울기 직전의 얼굴로 나에게 뛰어온다. 


바로 벨소리를 확인해 보니 경비실.

누가 소파를 스티커도 안 붙여놓고 내놔서 모든 집에 연락을 거는 중이라고


"저희는 소파 안 내놨습니다."


잠이 깼다. 

책에 대한 부담이 컸는지 회피하고 도피하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면 되는데 자전거로 향한다. 

잠옷 차림이어서 땀나지 않게만 타야지 했는데 둘째가 보더니


"엄마 얼굴에서 땀 떨어져. 내 머리에도 묻었어"

"아 미안. 엄마 씻자."


그 사이 첫째도 남편도 어느새 잠이 깼다.


가성비는 따져도 브런치는 먹습니다


"브런치 먹으러 가자."

냉장고도 열어 보지 않았지만 나가고 싶었다. 

맛있는 게 먹고 싶었다. 


"내가 살게."

내 카드로 결제를 하면 내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그래놓고는 내 커피는 주문을 미룬다. 

남편의 라테와 첫째의 초코라테, 둘째의 아이스티까지 주문하니 음료값만 음식 하나 값이다. 

둘째 아이스티를 나눠먹자 싶다. 

대신 음식에는 아끼지 않았더니 생각보다 지출이 크다. 


그래도 공원이 보이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다. 

아이들이 브런치 카페 안을 뛰어다니기 전까지는. 

서둘러 마무리하고 수업을 들으러 갔다. 


아이들과 남편은 서점으로 나는 수업을 들으러 선릉으로 향한다. 

수업을 듣고 다시 카페에서 만났다. 

생각해 보니 카페 근처에서 예술의 전당이 가깝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Again 예술의 전당



역시나.

아이들은 음악분수쇼를 보자마자 눈을 떼지 못한다. 

그 사이 남편은 돗자리를 챙기러 다시 다녀왔다. 

첫째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주변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이럴 때는 아이의 용기와 자유가 참 신기하고 이쁘다. 

남편은 시원한 바람이 좋았는지 연신 바람이 좋다며 감탄이다. 

둘째는 내게 기대 거의 눕다시피 한 상태로 계란과자를 먹으며 

"엄마 내일도 오늘이었으면 좋겠어"라며 지금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돗자리에 앉아 있는 이 시간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평화로움이

너무나 감사한 순간이었다. 

이런 게 행복이지.


기록


식단: 아침 겸 점심-브런치/저녁-샌드위치 

운동: 인터벌 자전거 30분

감정: 집에 오자마자 다이어리를 썼더니 한 시간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 빠르게 다음 한 주를 살아 본다. 여전히 이 습관이 내 것 같지는 않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나처럼 충동적인 사람에게 참 필요한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생각했다. 착하게 살다가 재미없고 지루한 천국에 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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