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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글 Jun 21. 2024

당신의 안전한 곳은?

당신은 안전한 사람입니까?

1년 정도 독서심리상담사 자격증 과정 수업을 들었다. 자격증에 대한 욕심보다도 선생님의 경력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듣고 싶었다. 그것만으로 1년과 생각보다 큰 비용이 납득되지 않아 그래. 이 수업을 듣고 나면 쓰기 치료에 대해 더 깊게 알 수 있을 거라는 이유를 하나 더 붙였다. 


다들 마음에 돌멩이를 하나씩 가지고 수업은 시작됐다. 

자주 울었고 자주 웃었다. 

가리고 싶었던 민낯을 고백하고 부족함을 말하며 참던 울음을 뱉는 시간이었다. 

자격증 과정이 아니라 치료 과정이었다. 


그렇게 1년의 치료 과정이 있었다. 

마지막에는 시험도 있었고 발표도 있었지만 그 과정조차 치료처럼 느껴지는 수업이었다. 

그리고 5명의 선생님들은 서로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었다. 


안전한 사람. 

이 낯선 용어를 수업에서 처음 들어 봤다. 

당연한 말에 당연한 단어가 붙은 듯 처음에는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안전한 게 당연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속을 모두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되던가. 세어본다. 


보통 안전한 사람이라고 하면 가족을 생각한다. 

가족은 내게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속마음을 잘 말하지는 못했다. 

나 때문에 걱정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대학원 시험을 보러 가는 날에도 소개팅을 간다고 뻥을 쳤다.

떨어지면 속상해할 것 같은 그 마음을 미리 지레짐작했다. 

처음 찾아온 아기가 유산됐을 때에도 수술이 끝나고 연락을 했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식에 갔다가 수술이 끝났다는 내 연락에 

울음을 속으로 삼키며 내가 좋아하는 떡과 미역국 재료를 사서 누워있는 내게 왔다. 

그 떡을 먹으면서 나도 울고 미역국을 만드는 엄마도 울었다. 

진통 시간이 24시간이 넘어가도 연락하지 않았다. 이쯤까지 쓰니 나도 내가 왜 그랬나 싶다.

새벽 2시 아이를 낳고 부모님이 주무실 시간이라 생각해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새벽 4시. 출산을 고백(?)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좀 더 말해도 됐을 텐데. 의지해도 됐을 텐데.

나는 늘 내게 안전한 사람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 속에 살아왔었다. 


이 마음을 작년에야 털어놨다. 

"조 선생님, 여기 사람들은 안전해요. 안전한 사람에게 말하세요."

1년이 되지 않은 시간. 

인연이 깊지 않았다. 스쳐갈, 잊혀 갈 사람일 수도 있어서 더 마음이 편했는지

나는 속에 꽁꽁 묶어두었던 말들을 시작했다. 

 

그 모임이 이어지고 이어져 오늘까지 왔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이 반가운 만남을 유지한다. 

안전한 사람들. 

스쳐 지나갈 수 있어서 편하게 뱉은 내 마음을 털어낼 수 있었던 고마운 사람들.

그때 생긴 뿌리가 퍼지고 퍼져 점점 이 모임이 튼튼해진다. 

반갑고 즐겁다. 감사하다.

나도 그들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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