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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글 Jun 20. 2024

욕의 어원

적당히 좀 하자 

지나가는 아이들의 평범한 욕지거리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다. 몇 번 아이를 데리러 학교 앞에 가면 근처 검은색옷을 입은 중학생들이

무리 지어 내려오는 모습을 종종 본다. 

"너 왜 이렇게 존X 못하냐? 씨X"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그 단어를 쓰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한 마디 한 마디에 꼭 욕을 하나씩 갖다 붙였다


어린 내 아이가 들을까 일부러 "오늘 그래서 재미있었어?" 하며 큰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도 못 들을 리 없지.

그게 한두 번도 아니니. 내버려 두는 어른의 문제인 걸까? 어떤 캠페인이 필요한 건 아닐까? 문제제기를 하면 오지라퍼 극성엄마일까?


초등학교 2학년 입에서 나온 욕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니 아이가 고백하듯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엄마 나 오늘 친구들하고 중간 놀이 시간에 게임을 했어. 가위바위보를 해서 정하기로 했는데 내가 이겼는데 다시 하자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씨X이라는 말이 나왔어."

"뭐?"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듯하다. 

"나도 너무 놀라서 워터파크라고 했다고 워터파크라고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어."

"... 그랬구나. 그런데 왜 그 말이 나왔을까? 그 말을 하니까 속이 시원했어?"

"아니 너무 후회됐어."

"그래. 많이들 쓰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왜 욕을 할까? 나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잘 모르겠어. 그런데 다들 많이 말해."

"그래. 언니 오빠들 지나가면서 하는 말 많이 들었지? 엄마도 들었어. 그런데 뜻을 알면 그렇게 좋은 말이 아니야. 그래서 어른들도 알면서도 쓰지 않는 거야."


왜 욕을 할까? 왜 문장 하나하나 욕을 꼭 끼워 넣으려고 하는 걸까?

내 결론은 이유 중 하나는 강해 보일 거라는 착각과 나머지 하나는 미숙한 언어 표현에서 온다. 기분은 상했는데 서투른 언어 표현 때문에 논리적으로 상황과 감정을 설명하지 못하니 욕으로 그 빈자리를 대신하는 게다.

"결국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기분 나쁜 게 욕이거든. 다음에는 네가 억울한 상황을 이유를 넣어서 친구들에게 설명하면 어떨까? 그리고 속상하다는 네 감정을 보여줘. 그 조리 있는 설명으로 말이야." 

 

 "말은 말이야. 나를 끌고 가는 힘이 있거든? 좋은 말을 많이 하면 나를 좋은 데로 데리고 가는데 나쁜 말을 많이 하면 나를 나쁜 데로 막 끌어내려. 그래서 좋은 말을 하려고 자꾸 노력해야 돼."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런 아이를 꼬옥 안아줬다. 

"그럴 수 있어.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커. 그렇게 배우는 거야. 잘하고 있어. 많이 속상했지?"

아이는 이내 또 기분이 좋아진다. 


씨X의 어원을 찾아서 


아이가 아빠와 노는 사이에 표준국어대사전 사이트에 들어갔다. 

대체 씨X의 뜻이 무엇인가? 규정된 의미가 있는가? 


씨B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없다. 하지만 어원으로 알려진 "씹"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씹"은 여성의 성기나 성교를 저속하게 일컫는 말이다. 

2개의 책이 참고할 만하다.

하나는 학교 선생님이 썼다는 "이 욕이 아무렇지 않다고"와 "욕 대신 말"이라는 책이었다. 

"이 욕이 아무렇지 않다고"에서 나오는 의미는 

씹은 여성의 성기, 씹할은 성교를 하다는 의미로 이때 남녀사이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을 것을 지칭한다고 한다. 

"욕 대신 말"이라는 책에 의하면 본래 'S팔'은 'S팔놈'이 줄어든 말이며, 'S팔놈'은 '씹을 할 놈'이라는 말이 변한 것인데, 이때 '씹'은 여성의 성기를, '씹하다'는 성관계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본디 자신의 어머니와 씹을 할 정도로 나쁜 사람임을 강하게 욕하는 말이다. 'S발'은 'S팔'이 변한 말이라고 한다. 


이 둘을 정리하면 '씹을할'이 줄여져 지금의 "씹할-S팔/S발"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욕은 대부분 성기와 성관계에서 온다. 그 어원까지는 생각할 에너지가 오늘은 없다. 

다만, 과연 아이들은 이런 말을 알고 쓰는 걸까. 


어른들보다 아이들 입에서 더 자주 나오는 욕.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때 치기 어린 마음에 잠시 지나가는 말이라면. 지켜봐야 하는 걸까? 적어도 뜻이라도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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