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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글 Jun 24. 2024

시장의 인심

말의 넉넉함 

3일 연속 비가 올 거라더니 퇴근길 바람이 오히려 선선하다. 

해가 내리쬐는 곳만 피하면 그늘이 좋은 날이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바로 탈까 하다가 양파가 떨어진 게 생각났다.

얼마 전부터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둘째도 생각났다.

좀 걷지 뭐.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노트북 가방에 꽉꽉 양손에 양껏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나를 본다.

역시 시장은 위험한 곳이다. 


채소 가게 사장님 


날이 더워지니 시장에는 잘 자란 싱그러운 채소들이 한가득이다.

양파를 사러 간 채소 가게에서는 양파, 파프리카, 애호박, 토마토를 샀다. 

생각보다 무거워진 짐에 노트북 가방에 자리를 만들어 본다.

어설프게 서서 담는 나를 보더니 

"이것도 손님 없으니까 해 주는 거예요"하며 내 가방을 잡아준다.

잡아달라고 한 적 없는데.. 츤데레 사장님이시다. 


두부가게 사장님


기침을 하는 아이와 오늘 콩나물국을 끓여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두부가게에도 들렀다.

남편이 좋아하는 콩물도 보인다. 

두부만 말하고 콩물로 고민하는 나를 사장님이 보시더니  

"우리 가게 콩물 진짜 유명한데 모르나 봐? 사람들이 착각해서 저~옆으로 갔다가 우리 집으로 오는데 말이야"

"아 그래요? 그럼 작은 거 하나 주세요."


아저씨는 기분 좋게 콩물을 담는다.

"그런데 아가씨가 이 시간에 시장에를 왔어?"

기분 좋으라는 아저씨의 보너스다. 

"감사합니다. 애가 둘인데요. 다음에 콩물 큰 거 사야겠네요"

"아닌데 콩물 때문에 그런 거 아닌데~ 아가씬데 아가씨~"


아저씨는 웃으면서 카드와 영수증을 건넨다. 

덕분에 나도 기분 좋게 인사하며 두부와 콩물을 받았다. 

시장의 넉넉한 인심은 이런 여유로운 말장난도 한몫한다. 


사소한 일상. 소소한 웃음. 

시장은 그런 낭만이 있다.  


기록


식단: 아침-수박 / 점심-랩, 커피, 복숭아 / 저녁-콩나물국 

운동: 1분 플랭크

감정: 나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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