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
습한 날씨다.
감기약을 털어 넣고 수업을 시작한다.
목소리는 여전히 지하 2층이다.
끌어올려도 지하를 벗어나지 못한다.
몽롱함으로 1교시를 보낸다.
그 사이 일요일에 진행해야 할 글쓰기 수업 안내문 컨펌 메시지가 온다.
그들은 내게 무엇을 기대하기에 그렇게나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헤밍웨이의 편지와 윤동주의 시를 보며 오늘 내가 만들 수 있는 문장을 살펴본다.
보고서 관련 협업 제안 메시지가 온다.
통화를 한 번 하자고 한다.
그는 나를 어떻게 알길래 제안을 하는 것일까.
세상에 조금씩 드러난다.
이게 맞는 걸까.
음지에서 조용히 회색빛 글을 검은색으로 만드는
없는 듯 있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다.
이게 맞는 걸까.
내 아이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
나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내가 만들어진다.
나는 어디까지 가려고 이렇듯 숨 가쁘게 가고 있는 것일까.
도망가고 싶은 마음과
감사한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교차한다.
나에게 속삭인다.
잘 되려고 그러는 거야.
잘 되려고.
두려워하지 말고 가 보는 거야.
가 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마음속의 불만만 쌓이지.
그러니. 가야 하는 거야.
잘 되려고 그러는 거야.
잘 되려고 그러는 거야.
잘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