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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른 Jul 24. 2024

어화둥둥 내 새끼

엄마 점수.. 30점?

최고의 엄마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평범한 최선의 엄마는 되고 싶다.

그런데 자꾸 최악의 엄마가 된다. 


가죽 공예에 관심이 생긴 아이를 위해 새로운 만들기 키트를 준비해 줬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니 역시나 바느질에 바쁘다. 

날이 워낙 습하고 더웠다. 어서 씻고 싶었다.

완성 전이지만 아이는 자기가 한 데까지 보여주고 싶다. 

대충 대답을 하고 귀엽다고 이야기한 후 씻고 나왔다. 


아이는 뭔가 잘 안되는지 열심히다. 

그 사이 둘째는 잠이 온다며 나를 끌고 들어간다.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전화가 온다. 수족구 상태와 내일 등원이 가능한지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통화하는 사이 아이는 울상이 되었다.


주황색 실이 부족했고 집에 있는 색소로 염색을 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색소는 식탁과 바닥에 다 쏟아졌다. 닦을수록 하얀 바닥이 빨개지니 아이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통화를 일단 마무리하고 같이 물티슈를 꺼내 닦다가 물파스를 찾는다. 

이럴 때 물파스가 최고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조심해야지"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내가 다시는 안 그럴게. 앞으로 절대 안 그럴게" 

이 말이 내 뭔가를 건드렸다. 

"뭐?"


이게 뭐 얼마나 위험한 일이라고 절대 안 해? 다시는 안 해?

해 봐야지! 다음에 조심하면 되잖아.

절대 안 해? 그래. 너 절대 앞으로 하지 마. 바느질, 색소 절대 하지 마.


아이는 울음이 터졌다. 

온몸에 힘이 빠진다. 


"엄마가 미안해. 그런데 뭔가를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잖아. 다음에 조심하면 돼. 다시는 안 할게 아니라. 아이디어 너무 좋잖아. 지금 네 손이나 엄마 손이 이렇게 물들었어도 누구 하나 안 다쳤어. 너도 안 다쳤고. 그럼 된 거야. 다음에는 조심하면 되는 거야."

"미안해. 소리쳐서. 엄마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약 먹고 힘들었나 봐. "


아이에게 방에 가서 좀 쉬라고 하니 울먹이며 바느질을 하고 싶단다. 

"그래 그럼." 그제야 나도 아이의 바느질이 눈에 보인다. 서툰 바느질이 기특하게 한 땀 한 땀 채워져 있다. 애쓴 모습이 산산이 잘려 흩어진 실에 보였다. 


아이 옆에 앉아 매듭을 묶어 주고 아이가 하는 걸 보자. 

아이도 나도 안정이 된다. 


목이 아프다.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말도 많았고 톤도 높았다.

힘들다. 미안하다.


왜 이렇게 사나울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아이한테.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괴물 같은 나를 보며 다시 또. 그렇게 또. 새긴다. 


오늘 나는 30점 엄마였다. 

분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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