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어공주의 심정

스테로이드 또 너냐

by 작가명 른

목소리가 또 안 나오기 시작한다.

일 년에 한 번이었는데 이제 일 년에 두 번이 되려고 이러는 건가.

낯선 목소리는 참을 만하다.

복근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참기 어려운 기침이 힘겹다.

당장 돌아오는 일요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생각만 많아진다. 2주 동안 달리기 위해 운동화 끈을 하나하나 잘 꿰어야 한다.

그런데 행동하지 않고 어떻게 꿰면 좋을지 생각만 많다.

그게 문제다. 그런데 기침이 자꾸 나온다.


퇴근하자마자 병원에 갔다.

내 목소리가 딱했는지 오늘따라 학생들도 잘 따라온다.

고맙다. 5주가 지나니 또 서로 정이 들었다.


변덕스러운 비.

내 기침 상태 같다.

우산을 쓰고 병원을 찾아간다. 그래도 거기 병원약이 제일 잘 든다. 유독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은 병원이다. 약을 독하게 써서 그런가. 그래도 약은 잘 듣는다.

의사는 지난 내 기록을 보더니.

"또 같은 증상이네요."

"천식 뿌리는 거 해 보셨어요? 그거 해 보지."


아.. 마 버린 것 같은데...

몇 번 안 뿌린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약에 지나친 의존이 싫어서 그랬다.


"지난 약이 너무 어지러웠어요. 그런데 기침은 안 나긴 했어요."

"그래도 네 알겠습니다. 일단 먹을 건 먹어야 하니까요."


약국에 처방전을 내니

"한 줄로 그어진 약은 꼭 끝까지 드셔야 해요. 항생제 하고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어서요."

독한 약들이 한 봉에 다 들어 있군..


찜찜한 마음으로 약을 받아온다.

늦은 점심을 먹으며 약비닐을 쳐다본다. 저걸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내 기침이 심해진다. 다급하고 간절하게 약을 먹는다.

살 것 같다...


목소리가 점점 잠긴다.

내일은 나오려나.

약이 독하니 곧 나을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에스프레소의 아찔한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