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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을 Nov 27. 2020

보이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

오늘이 세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이 세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면. 


 선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들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밖에 잘 돌아다니지도 않기 때문에 주위에서 접할 일이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아직 살면서 직접적으로 그들을 마주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 세계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웬만하면 모두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볼 수 있다. 얼마 전 어떠한 알고리즘에 이끌려서 18살에 갑자기 시력을 잃어 10년 동안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을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내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등의 극단적인 상상을 해보곤 했다. 그때마다 드는 감정들은 절망과 슬픔, 남들에게 보이는 나는 그저 애처로움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내 눈 앞에서 본 그는 여느 사람과 다를 것 없는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스스로의 이야기를 웃으면서 풀어내고 있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로 행복해 보였다. 


 한 가지 바라는 꿈이 있다면 아무도 소외받지 않고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그. 그 모습을 보니 어쩌면 우리의 고정관념에서 나온 과도한 시선들이 그들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특별한 대우가 아닌 평범한 대우였다. 나의 가슴에 가장 꽂혔던 말은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같은 사람이다."라는 것이었다.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위대한 빌 게이츠도 모든 분야에서 일인자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이 있다. 만약 누군가 나를 '못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본다면 나는 한 없이 작아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각을 잃은 사람을 '보이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본다는 건 모순이지 않은가. 우리는 그들에게 불편한 사항들을 개선해 줄 필요는 있지만 고정적인 생각과 시선은 버려야만 한다. 


 예를 들어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먼저 시나리오를 짜는 작가부터 시작해서, 감독, 배우, 편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만약 배우만 존재한다면 그 영화 제작은 시작될 수도 없고 완성될 가능성은 더욱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고 그들이 있어야 완성될 수 있다. 그들이 사회에 나올 용기가 없다기보다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가며 모두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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