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가 안 미운가?”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많은 사람이 인생드라마로 꼽는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나쁜 짓을 했는데 왜 미워하지 않느냐는 말에 ‘내가 널 알아버려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서 밉지가 않다’고 답하는 내용이죠.
내가 아는 사람은 밉지가 않습니다. 설령 잘못을 해도 이해하려는 의지가 먼저 생깁니다. 일에 치여도 회사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기에 버틸 수 있습니다. 또라이가 있으면 같이 씹고, 악당이 있으면 우리는 그 악당으로 인해 똘똘 뭉치고 끈끈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닙니다. 나만이 견뎌야 할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기 때문이죠. 필자에겐 그것이 바로 ‘좀처럼 늘지 않는 능력’이었습니다. ‘늘 시간에 쫓겨서,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며 여기까지 왔기에’라고 하기엔 찜찜합니다. 저기 저 사람은 너무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이죠. 나만 몸부림치는 것 같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복불복이죠. 프로젝트 또한 복불복입니다. 문제 없던 적이 없기에 새로운 프로젝트 앞에 설렘보다 두통이 앞섭니다. 이런 프로젝트 몇 개를 더 해야 내 삶이 편해질까, 손가락 셈을 해봅니다. 뜻이 잘 맞아 즐겁게 일했던 어느 PM의 말이 떠오릅니다. “아이가 클 때까지 앞으로 20년. 이런 프로젝트를 12개만 더하면 된다 이거지, 그래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그냥 버텨요 ㅎㅎ” 우스개 소리지만 우리끼리는 압니다. 그렇게 힘을 내보는 거죠. 그래도 우리, 함께 한 프로젝트가 있어 아름답게 추억하지 않나요? 만날 때마다 같은 에피소드를 우려먹어도 지겹기는커녕 점점 미화되는 것 같아요. 그런 프로젝트를 또 만나길 기대하며 오늘 또 출근하는 우리입니다.
유플리터는 외로움에 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차 한 잔 앞에 두고 파이팅하는 것도 좋겠고, 프로젝트 파견지에서 함께 한 밥그릇 수만큼 우정이 쌓이는 것도 좋겠고, 무엇보다 ‘내가 널 알아.’라며 의지가 되는 존재들이 곁에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하려는 것들도 어찌 보면 외로움을 채우려는 시도 같다고. 16년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39. 청춘들의 설렘도 있을테고, 떠난 자의 아쉬움도 있겠죠. 아마도 회사는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함께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같습니다.
화요일마다 모두 zoom에 모여 PO회의를 하는데 어느 날엔가 ‘우리 2인 3각 달리기 하는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두 발 단디 묶고 으쌰으쌰 목표점을 향해 달리는 기분이랄까? 유플리트라는 이름으로 우리 진짜 하나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 날은 창가의 햇살도 따사로웠고, 어디선가 꽃봉오리 하나 툭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고.. 필자가 봄을 탔나 봐요. 네, 그래서 그날 따라 PO회의가 좋았나 봅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zoom화면에서 보인 까닭도 있었을 거구요.
필자처럼 내 능력이 성에 차지 않아 종종 자괴감에 빠지는 유형에겐 엑스퍼트 포럼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리더십도 알려주고 커뮤니케이션도 알려주다니. 외부강사까지 초빙해서. 내년엔 글쓰기도 알려주면 좋겠네요. 메일 보내는 것도, 문서 작업하는 것도 알고 보면 다 글쓰기더라구요. 엑스퍼트 포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이거, 쭉 가는 거 맞죠?
(글 쓰는 시점 기준으로) 곧 있으면 타운홀미팅이 시작됩니다. 한 달에 한 번 타운홀에서 열리는 윈디님과의 대화죠. 16년의 세월 동안 잔다리로39를 지킨 남자, 윈디.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거쳤을 베테랑 윈디님을 통해 유플리트의 비전, 목표를 매월 업데이트하다 보면 회사는 꾸준히 오픈, 공감, 공유를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에이전시 업계 특성 상 이런 오픈된 자리를 통해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같아요.
생각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많은 걸 공유하고 있었네요. 찾아보니 좋은 동료, 좋은 프로젝트, 좋은 회사가 되려는 노력들이 있었단 걸 깨닫습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려 해요. 지금 외로운가요? 혼자 견디지 말고 옆을 둘러보세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차 한 잔 하자고 말해보세요. 알고 보면 다 열린 마음일 걸요?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