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제작한 KB스타뱅킹으로 ‘스마트앱어워드 2021’ 최고대상(분야별 대상이 아닌 영예의 최고 대상임을 강조한다!)을 수상하여 올.해.도. 시상식 잔치에서 이름을 드높이고 왔다. 굳이 서두에 대상 탄 얘기를 꺼낸 이유는 유플리트는 이제 ‘나 잘해요!’ 외치지 않아도 UX전문 에이전시로 각인됐다는 걸 전제로 하고 싶어서다. 아! 내 친구 영희, 자전거 동호회 철수씨가 알아주는 회사란 뜻은 아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우리끼리는 “KB스타뱅킹이 대상이네. 이번에도 유플리트거래?” 이렇게 통한다는 뜻이다.
유플리트의 지난 브런치를 훑어봐도 알 수 있듯 UX(사용자 경험), 서비스 디자인, lean, 애자일 등 우리의 전문적인 업무력과 탁월한 인사이트는 잘난 척 해도 밉지 않을 수밖에. (회사에 겸손한 분들만 계셔서 개인적으로 잘난 척 해본다. 모쪼록 이 서두가 편집 단계에서 살아남길.)
이렇게 프로젝트를 잘 하고 있는데(문제없는 프로젝트가 어디 있을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잘 한다는 자기주문으로 봐달라.) 그럼에도 조직은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법이다. 이번에는 업무가 아닌 조직 얘기를 해보려고 ‘DAO(다오,라고 읽자.)를 테마로 삼았다.
DAO라니, 느닷없지 않은가? 우선 서두를 저렇게 풀어낸 이유부터 고백해야겠다. 여기서 블록체인이니 NFT니 메타버스니 이런 기술적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거니까 이번글 톤 앤 매너를 가볍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 느껴지는가? 옆집 언니처럼 접근했다는 것을. 더 다이렉트하게 고백하자면,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서 나 편한대로 ‘넓고 얕은’ 부분만 차용하겠다는 거다. 서두는 그러니까, 앞으로 전개될 글들이 넓고 얕을 수밖에 없단 걸 암시하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이 되겠다. 당장 DAO를 검색해보면, 왜 유플리트 브런치에서 DAO를 이렇게 전개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기술이 아닌, 조직 관점에서 얘기하고자 한다.
그래서 DAO가 뭔데? DAO는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다. 현재 기업이나 조직이 임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 중앙화라면, 탈중앙화란 모든 구성원들에게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모든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거라 생각하면 쉽겠다. (더불어 기업이나 조직이 주식을 통해 운영된다면 DAO 구성원들은 가상화폐인 ‘토큰’으로 의사결정이나 수익분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플러스로 기억하면 좋겠다.) 이러한 활동이 구조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선 블록체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DAO를 ‘블록체인 기반의 공동 투자조합’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개념을 잠깐 정리하고 가자. 아는 분은 패스하시라.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보겠다.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장부’라고 불린다. 말 그대로 거래장부를 공개해두고 관리한다는 뜻이다. 거래장부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이유는 굉장히 중요한데,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이 거래장부를 손에 넣으면 데이터를 조작해 돈을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회사는 거래장부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튼튼하고 건물 깊숙한 곳에 거래장부 서버를 두고 각종 보안 장비와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그리고 경비원과 보안 담당 직원도 고용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런 상식을 뒤집고 나온 게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현실 세계에선 현금 등 실물을 통해 거래하지만 가상 세계에선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을 통해 거래한다.) 사용자 모두가 똑같은 거래장부 사본을 나눠갖는 것이다. 같은 거래장부를 많은 사람들이 나눠가지게 되므로 조작이 불가능하게 된다. 내 거, 네 거, 쟤 거 다 맞춰봤을 때 똑같으니 믿을 수 있는 장부라는 거다. 분산된 공개장부(블록체인)는 이렇게 투명성,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고, 그러니 ‘블록체인 기반의 공동투자조합’에서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건 ‘블록체인이어야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이 운영이 가능하겠구나.’가 되겠다.
네이버,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DAO를 검색하면 필연적으로 블록체인, NFT, 매타버스 등 끝도 없이 흘러들어가게 되고 반나절이면 대략적인 개념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말로 설명하라면 입이 열리지 않는다. 다오라는 개념을 문과생에게 설명한다는 가정 하에 가장 좋을 법한 영상 하나를 소개한다. 14분 분량의 영상인데 설명이 가장 쉽고 나이스하다. 이건 꼭 보자.
영상을 봤든 안봤든 이거 하나 기억하자. 상단 영상의 제목이기도 하다. ‘상사 지시 대신 코드로 돌아가는 기업, DAO.’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은 윗분들의 자비와 눈높이 맞춤으로 되는 게 아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시스템 위에서, 그러니까 쌍방 합의 하에 작성한 규칙에 근거하여 돌아가는 운영방식이다. 뭐든 예를 접하면 이해가 쉬운 법이니, DAO의 사례를 둘러보고 가겠다.
DAO를 구성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현재는 수익창출 목적으로 DAO를 구성하는 경우가 다수다.
NFT가 너무 비싸지니까 사람들 모아서 같이 구매해볼까?
메타버스에 땅을 사서 사업해보고 싶은데 자본금이 꽤 많이 필요하네. 사업 동반자를 모아볼까?
어떤 디자인의 셔츠가 잘 팔릴지 사전조사를 해보고 반응이 좋은 걸로 팔아보자. DAO를 구성해서 투표를 해보자.
최근에는 금전거래를 위한 DAO가 아닌, 공동 가치실현을 위한 DAO도 구성되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헌법의 초판본 경매’다. 소더비 경매에 헌법의 초판본이 나왔는데 경매에 참여하기 위한 DAO가 구성된 것이다. 헌법을 대중들의 손에 되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모금을 진행했는데, 한화 약 552억 가량이 모금이 이루어졌다. 낙찰에 실패했지만 그 뒤에 일어난 일련의 활동들이 꽤 흥미롭다. DAO에 흥미가 생겼다면 이 영상 한 번 보고 가자. 도입부에서 2분까지 헌법 초판본 경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끝까지 보게 되면 DAO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짐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2021년 1월 27일, 두 점의 국보 경매가 진행됐다. ‘금동삼존불감’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이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시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보호하고 그 의미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국보 DAO가 구성되었다. DAO를 구성하여 경매까지 진행한 일련의 활동을 정리한 브런치 글이 있어 공유한다. 길다. 출퇴근 길에 보도록 하자. https://brunch.co.kr/@jasongx/25
이번에는 해킹 얘기를 해볼까? 블록체인 기반이므로 안전하다고 했는데, 해킹이라고? ‘The DAO’라는 조직은 탈중앙화된 금융의 가치를 믿으면서 이더리움이 탈중앙화 금융의 선두자가 될 거라며 1800억원 넘는 돈을 펀드레이징하게 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해킹당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는데 DAO 시스템의 허점으로 해킹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모금액의 1/3이 먹튀당하게 된다. 하단 영상의 3분 20초에서 4분 30초까지 구간에서 확인 가능하며, 아까 올린 이 영상을 또 올리는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기 때문이다. DAO에 흥미가 생겼다면 12분 시간 내서 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오늘 왜 DAO 얘기를 하는지 말해보겠다. DAO에 주목한 이유는 협업 관점에서다. 공통된 규칙 하에 움직인다는 것, 모든 데이터들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것, 모든 참여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가치들이 근래 에이전시에서 요구되는 협업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다면 2~3개 이상의 DAO에 소속될 수 있다. 반대로 내 가치에 상반된다면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프리랜서 개념을 떠올릴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2022년 3월. 현실로 돌아와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DAO에서 차용할 수 있는 가치들을 적용하여 인력난에 시달리는 에이전시 생태계를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에 DAO를 살펴본 것이다.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 이두희(레인보우 지숙의 남편이 맞다.)에 따르면 NFT에서 결국 중요한 건 커뮤니티라고 한다. NFT의 가치를 정하는 건 커뮤니티 안에서 얼마나 회자되느냐인데 커뮤니티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걸 굳이 왜?’ 하지만 커뮤니티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그게 ‘우와~!’ 할만한 가치가 있는 법이다.
이 그림은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에서 내놓은 NFT #2087이다. 최초판매 가격이 0.08이더리움으로 약 3만원 정도였지만 최근 거래 가격은 한화로 30억원이 훌쩍 넘는다
고작 프로필 사진이 이렇게 비쌀 일이야? 싶은데 왜 이렇게 되는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보자. DAO에서 NFT로 점핑한 게 당황스러울 수 있겠으나, 두 개념은 어차피 실과 바늘, 영희와 철수, 초밥과 와사비 간장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개념이니 기왕 이렇게 된 거 NFT도 알고 가자. 53분 가량의 영상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다. 다만 지금은 29분 30초에서 31분 30초 구간을 보자.
천재 개발자가 말하는 디지털 자산의 미래(feat. 비트코인, 이더리움, NFT, 메타버스)
커뮤니티가 답이다. 이두희 대표는 결국 커뮤니티가 답이라고 주장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 얘기가 아니고 저 멀리서 얼핏 보이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다가올 세상이 점차 명확하게 그려지고 있다. NFT니, 메타버스니, 오늘 말하는 DAO니 하는 것들을 들여다보자면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져야 함을 느낀다. 다가올 세상에서는 얼마나 많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 연결고리 안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가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결국 나는 어딘가에 연결되거나 확장되어야 한다. 경계가 모호해지고 심지어 해체되는 상황에서 ‘난 이것만 잘하면 된다.’는 태도는 도태의 행렬에 줄 서는 셈이다.
여기서 잠깐, 아직 가상세계를 못미더워하는가? 뇌과학자 장동선에 따르자면 인간의 뇌는 진짜 세상과 가상 세상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한다. 보는 것은 빛이 전기신호로 뇌에 전달되는 것이고, 듣는 것은 음파가 전기신호로 뇌에 전달되는 것인 데 바깥에서 오는 정보는 뇌에게는 같은 신호라고 한다. 뇌의 입장에서는 (현실이건 가상이건) 세상의 정보들은 똑같은 형태다. 이제 현실과 가상을 굳이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미래학자 Alan Kay는 ‘Technology is anyting invented after you were born, everything else is just stuff.’라 말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기술적인 혁신은 그게 아무리 엄청나다 해도 지금은 그저 thing일 뿐이란 건데 컴퓨터나 활자, 이런 것들이 엄청난 발명이라 해도 우리는 그저 사용 중이지 않은가. 우리가 스티브 잡스로부터 아이폰 브리핑을 받았을 때의 벅찬 감동이 지금 초등학생들에겐 ‘그게 뭐?’가 되는 거다. 태어날 때부터 터치하고 줌인,아웃 하는 애들이니까. 이렇듯 다가오는 세대에게는 메타버스가 곧 유니버스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니 못미더워해봐야 꼰대라는 소릴 들을 수밖에. 아래 영상 4분 50초~8분 30까지 보자.
엄청난 돈이 메타버스로 향하고 있다! 왜? 과학자의 메타버스 총정리! ㅣ 가상현실, AR, VR, 뇌과학
마음을 열자,가 결론이다. 이미 가상세계에서 내 부캐릭터들이 포털을 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뛰놀 날들이 다가오고 있는데 나를 다양한 커뮤니티에 연결하려는 오픈 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남들이 미래라고 하는 메타버스, NFT, DAO 등이 내게는 허들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NFT, 메타버스를 동원하여 오픈 마인드를 강조하는 이유를 눈치챘는가? 이제 미래여행을 멈추고 현재로 돌아와보자. 디지털 에이전시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유플리트에서 계속 화두를 던지는 이 협업은 결국 우리의 돌파구인 셈이다. 협업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회사는 자꾸 협업 트레이닝을 하는 거다. 프로젝트 오너 회의를 오픈한 이유도 알고 보면 트레이닝이다. 듣다 보면 학습이 되리라 믿고 오픈한 것이다.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엑스퍼트 포럼을 제공한 것도 트레이닝이다. 나아가 오픈 아카데미까지 연결하겠다고 한다. 회사가 하고자 하는 활동들을 보자면 DAO의 지향점과 연결된다.(는 발언이 억지스러운가? 너그러이 보자. 회사는 계속 오픈과 연결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정도면 됐다. 글 양도 내용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 옆집 언니 에밀리는 이번 호에서 과하게 힘 뺀 이유로 다음 호에서는 easy한 테마를 들고 컴백하겠다. *힌트 : 당신은 넵과 넹 중 어느 말에 반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