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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Apr 26. 2022

소싯적 당찬 X세대였던 상사들이여!

솔직하자는데 왜 당황하시는가?! (feat.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필자는 최근 아이의 인성교육을 위해 고전 ‘채근담’을 들였다. 

아이가 아침식사를 할 때 한 자락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해를 할까 싶은데 찰떡같이 알아듣고 자기 경험이나 생각을 곁들여준다. 

가령 이런 식이다.



3. 알게 할 것과 모르게 할 것

“군자의 마음속 생각은 푸른 하늘과 밝은 해와 같아,

남들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군자의 재능은 감춘 옥과 숨겨놓은 구슬처럼 

남들로 하여금 쉽게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해설]

푸른 하늘과 밝은 해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듯이, 사람도 공명하고 바른 마음을 지녀야 한다. 자신의 재능을 가능하면 깊이 감추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 간직해야 할 삶의 지혜이다.



아이를 위해 들인 책이지만 오히려 어른인 내가 ‘맞아! 맞아!’하며 읽게 된다. 속세에 물들었는지 모른 채 물들었던 나 자신을 깨닫고 한탄하는 시간인 셈이다. 역시 인생은 욕심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야지, 암. 이렇게 우리는 아침마다 겸손하자, 흉보지 말자, 실수를 용납하자 등등 온갖 좋은 다짐들을 한다. 


그러던 중에 엑스퍼트 포럼에서 ‘래디컬 칸도르’를 접하자마자 그 맥락에 빠져들었다. 래디컬 칸도르, ‘지독한 솔직함’이 기업과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꼭 필요하댄다. 오늘 아침에 분명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해놓고는 반나절도 안지나 ‘지독한 솔직함’에 빠지다니. 살랑살랑 바람 부는 동산에서 산책하다 일순간 빽빽한 빌딩 숲 사무실에 끌려온 것처럼 채근담과 래디컬 칸도르가 주는 인지부조화에서 헤매다가 조금 더 생각하니 교집합이 보이더라.


동양과 서양의 메시지가 서로 대립되는 곳에 위치한 것 같으나 동양에서 말하는 배려와 서양에서 말하는 배려가 방식은 달라도 배려는 배려인 거다. 서로를 배려하며 살자는 게 주장이니 지독한 솔직함이 왜 배려가 되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앞으로 서술할 내용은 킴 스콧의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 


우선 이 사분면을 뚫어져라 보고 머릿속에 새겨보자.

‘이 글을 읽고 얻는 건 뭔가요?’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사분면이다.


리더인 우리가 지향해야 할 태도가 바로 우측 상단에 위치한 ‘완전한 솔직함’이다.

(앞서 말한 ‘지독한’ 솔직함은 강력한 hooking을 위해 출판사에서 선택한 단어일 수도 있겠고 저서에서는 일관되게 ‘완전한’ 솔직함으로 표현되어 있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굳이 사실 확인은 하지 말자.)


리더는 조직 구성원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기반으로 신뢰를 쌓은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대립]하며 커뮤니케이션할 때 상처받지 않으면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이는 곧 성과로 이어진다는 게 핵심이다.

사분면의 두 축은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인데 하나씩 살펴보자.



[개인적 관심]

개인적 관심이란 업무 영역을 넘어서서, 더 높은 꿈을 품은 존재로 직원 개개인을 대하는 것이다. 대화를 나눌 시간을 마련하고, 인간적인 측면을 서로 이해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출근하기 싫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많은 상사가 개인적 관심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하는 이유는 ‘업무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데, 우리는 모두 직장에서도 인간적인 감정으로 살아가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상사들 대부분 업무적인 태도를 ‘정시에 출근해서 맡은 일을 처리하고, 동기나 목표 달성을 향한 열정을 제외한 개인적인 감정은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된다.’ 생각하지만, 구글의 리더 프레드 코프먼은 많은 상사가 잘못 알고 있는 ‘업무적인 태도’와 맞서 싸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문을 되뇌었다.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가라.”


셰릴 샌드버그는 2012년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그 말을 언급했다. 2016년에 저자 마이크 로빈스는 테드 강연에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또한 슬랙의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그러한 태도를 기업의 우선 과제로 삼았다. 직원의 업무나 경력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 ‘자신의 완전한 자아로 직원의 완전한 자아’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올바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43~49page-


상사와 직원 누구 하나라도 심장은 잠시 집에 빼놓고 출근한다면 진정한 교감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루의 1/3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심장으로 누려야 삶의 질이 올라가지 않겠는가? 직장 밖으로 나가야만 심장을 다시 장착하고 리프레시할 수 있다면, 인생 참 암울하다. 이제 대한민국은 ‘저녁이 있는 삶’을 넘어 ‘24시간 살아 숨 쉬는 심장으로 사는 삶’을 살길 소망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유플리트의 2022년 3가지 핵심 가치인 ‘나의 성장, 좋은 동료, 일의 즐거움’을 외쳐본다. 완전한 자아로 일해보자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가? (자나 깨나 회사 생각!)



[직접적 대립]

트위터와 애플의 임원에게, 또 스탠퍼드 대학교와 MIT 학생에게 강의했던 철학자 조슈아 코언은 “서로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가 업무 성과를 높이고 관계를 튼튼히 구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코언은 종종 존 스튜어트 밀을 인용 한다. 

‘지성적인 존재로서, 혹은 도덕적인 존재로서 인간을 존경할 만한 근거는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인간은 경험과 논의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는다.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경험의 의미를 해석하려면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직원들끼리, 혹은 상사 자신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언급함으로써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기 잘못을 기꺼이 인정하고 자신과 직원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대립은 종종 거절과 부인을 자극하기 때문에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 미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웰은 “책임을 진다는 것은 때로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일이”이라고 했다. 팀원들이 자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어느 직원도 당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그건 팀원들을 충분히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모든 관계에서 핵심은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자기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상처를 주지 않은 척하거나, 자기 말을 후회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자. 상대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당신의 사전에서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라는 말을 없애자. 그건 상대를 무시하는 말이다. 그 대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자.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느라고 문제를 덮어두지 말자. 직원에게 가슴 아픈 말을 한다고 해도 개인적은 관심을 보여줌으로써 최고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49~50page-


길지만 책 내용을 통으로 옮겼다. 아마도 개인적 관심보다 직접적 대립을 받아들이기 더 어려운 법이고, 이는 저자인 킴 스콧도 그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세라고 강조했기 때문에 그 필요성에 대해 어필하고 싶었다.

직접적 대립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이 가치를 실현하기 어려웠다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서양도 이러할진대 우리나라는 오죽할까 싶다. 상상해보라. 팀장에게, 이사에게,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그 건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대립하는 나의 모습을. 


그래서 저자는 상사가 먼저 시작하라고 권한다. 직원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적을 요구함으로써 완전한 솔직함의 문화를 시작할 수 있는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다음 4가지를 제시했다.

1. 자신도 종종 실수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럴 때마다 조언을 얻고 싶다는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

2. 실질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부하직원만큼이나 당신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사람은 없다. 

3. 지적을 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조언이 직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4. 지적을 요구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상사는 지적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더 나아가 지적을 ‘적극적으로 요청’함으로써 팀원들로부터 완전하게 솔직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직접적 대립은 자신은 물론 상대방에게서도 많은 에너지를 앗아가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일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완전한 솔직함을 위한 두 축,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앞서 살펴본 사분면 중 무언가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보자.


불쾌한 공격 : 개인적 관심 없이 직접적으로 대립할 때

고의적 거짓 :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이 모두 없을 때

파괴적 공감 : 개인적 관심만 있고 직접적 대립이 없을 때



[불쾌한 공격]


개인적 관심을 드러내기 위한 단 2초의 여유도 없이 지적을 한다면, 상대는 그걸 조언이 아니라 불쾌한 공격으로 여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완전한 솔직함이 불가능할 때, 불쾌한 공격은 그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직원들은 상사의 생각과 입장을 분명하게 알 수 있으며, 그래서 팀 성과에 도움이 된다. 그래도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리는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기 싫다. 당신도 직장에서 인간성을 온전히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이 완전하게 솔직할 수 있다면, 불쾌한 공격을 참아야 할 이유는 사라질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69page-


<불쾌한 공격의 유형>

불쾌하게 공격적인 지적(대놓고 비판하기) 

구글 입사 후 기업정책을 놓고 대표 래리의 접근 방식과 갈등을 빚었다. 나는 래리를 비롯한 약 30명가량의 구글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거기서 나는 이렇게 주장했다. 

“래리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의 정책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잡동사니 사이트’로 끝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래리가 사용자 만족이 아니라 구글의 돈벌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는 래리를 동료로 바라보지 않았다. 가차 없이 공격해도 끄떡없는 절대 권력으로 보았다. 인간의 근본적인 예의는 지위를 떠나 우리 모두의 의무다. 게다가 래리는 언제나 지적에 귀를 열어두고 있었다.


불쾌하게 공격적인 칭찬 (칭찬으로 조롱하기)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기업에서 어떤 상사가 600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상여금 수상자에 대한 메일을 보냈다. 

‘33번 직원은 5단계 판매원으로 매장 내 어떤 직원보다 높은 분기 매출을 달성. 3분기 그의 매출 실적은 750만 달러. 그러나 7만 달러의 연봉과 11만 6,000달러의 상여금은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함. 회사를 떠날 위험이 있음.’ 

33번 직원은 자기 연봉이 600명에게 공개되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자신에 대한 예우가 평균 시장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물론 상사는 직원에게 고의적으로 상처를 주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게으르고 무감각했던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그가 직원들에게 개인적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적지 않은 상여금과 함께 공개 칭찬을 하면서도 대상자의 기분을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상사는 이메일을 통해 그 어려운 일은 해냈다.



[고의적 거짓]

고의적 거짓은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이 모두 없을 때 나타난다. 우리는 주변의 관심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속임수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대, 혹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거나 논쟁을 할 수 없을 때, 고의적으로 거짓된 칭찬이나 지적을 한다. 고의적인 거짓된 조언에는 화자의 진심이 들어 있지 않다.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 조너선 아이브는 직원들을 평가하면서 직원 개개인의 상황을 최대한 봐주려고 했고, 이에 대해 스티브 잡스는 조너선에게 왜 잘못된 부분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았는지 물었다. “팀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란 조너선의 답에 대해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쓸데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저 직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요.”


직접적으로 대립해야 할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그들이 당신에게 관심을 주는지 아닌지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그들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주는 게 아니다. 이는 직접적 대립의 선상에서 당신을 뒤로 밀어낼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팀의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직원들이 목표를 성취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파괴적 공감]

상사가 모든 직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 때, 직원들은 어떻게든 갈등의 요소를 피하고자 서로에게 쉽게 지적을 하지 못한다. 지적을 배제하고 오로지 친절함을 우선시하는 업무환경이 자리 잡을 때, 실질적인 성과 개선은 어려워진다.

상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일단 파괴적 공감 사분면에 머물면서 부하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한 다음, 완전한 솔직함 사분면으로 이동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상사들은 함께 일하기는 편하지만 직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사의 칭찬이 애매모호하거나 그저 입에 발린 소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사분면을 통해 상사가 지향해야 할 완전한 솔직함에 대해 알아봤다. 저자는 구글과 애플의 문화를 이렇게 비교했다. ‘완전하게 솔직한 지적은 구글과 애플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두 기업은 다른 유형의 지적을 강조한다. 구글은 직접적 대립보다 개인적 관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구글의 지적은 파괴적 공감이 살짝 가미된 완전한 솔직함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반대로 애플의 비판문화는 불쾌한 공격이 가미된 완전한 솔직함이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주자 두 기업에서도 완전한 솔직함에 대한 해석과 실천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아마도 회사 대표의 기질이나 회사가 지향하는 바가 접목되어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추측해본다. 어찌 됐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솔직함을 지향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완전한 솔직함이 필요하다는 점은 필자도 크게 공감했으며, 업무에 한정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여겼다. 의뭉스럽고 애매한 것보단 명확한 의사표현을 해줘야 알아듣는, 눈치 없는 기질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래디컬 칸도르라는 개념을 가인지컨설팅그룹에서 진행하는 포럼을 통해 접했는데, 이는 이미 여러 기업들에게 전파됐고, 전파되고, 전파될 개념이란 뜻도 되겠다. 한국도 이제 ‘완전한 솔직함’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문화로 나아가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 서두에서 ‘실리콘밸리가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기에 좋은 곳이 된 이유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가 문득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의 현실도 이렇지 않은가?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개발자를 붙들기 위해 연봉을 올리고 또 올린단 뉴스가 나오고,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인력난이라고 한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이 완전한 솔직함이라면 우리도 토대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솔직하고 당찬 MZ세대가 등장해서가 아니다. 완전한 솔직함의 궁극적인 목표는 혼자서 성취할 수 없는 일을 협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협업이 필수인 우리 업계에서 완전한 솔직함은 지향할 태도임이 분명하다. 특히나 유플리트는 이미 시작했다.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을 트레이닝하고 대표에서 막내 직원까지 한 자리에 모이는 다양한 오픈 회의를 진행하는 것에서 회사의 지향점이 밝혀졌다. 유플리트의 모든 구성원은 결국 리더의 자리에 올라 그 역량을 발휘하고 또한 후임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리더인 당신이 해야 할 일]

그래서 따뜻한 당부를 곁들이고자 한다. 

이제 리더의 자리에 선 당신이 먼저 마음을 열고 ‘지적질해달라.’ 요구해야 완전한 솔직함이 시작되는 건데, 이는 필연적으로 당신에게 마상(마음의 상처)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런 당신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책 속의 몇 문장들을 소개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람들은 원래 상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해야 할 일을 해라.’가 되겠다. (전설적인 리더 스티브 잡스도 미움받았다. 하물며 우리랴. 미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라.) 

 

자신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혹은 직원들과 매일 점심을 함께하기 때문에 그들이 당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혹은 자동적으로 신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어반 딕셔너리]에는 상사에 관한 다양한 정의를 찾아볼 수 있다. ‘상사란 기저귀와 같다. 엉덩이를 똥으로 가득 덮은 기저귀. 상사란 오만한 인간에게 어울리는 가식적인 직함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겉으로 공손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존경하지 않는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상사의 역할을 맡는 순간부터 당신은 이러한 선입견과 맞서 싸워야 한다.


상사나 권한을 가진 인물이라면 분명한 지적은 권한이 아니라 도덕적인 책임이다. 애플에서 iOS 팀을 이끌며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킴 보라스는 지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그냥 말하세요'


어떤 이들은 올바른 사람을 올바른 자리에 앉혔다면 상사의 임무는 끝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0~2015년 동안 트위터 CEO를 역임했던 딕 코스톨로는 이 조언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그건 올바른 상대를 선택해서 결혼을 하고는 상대방과 함께 전혀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과 똑같죠.” 코스톨로는 이렇게 덧붙였다. “ 내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일일이 간섭하고 싶지 않으니 올해는 당신이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겠소.’” ‘선택한 뒤 내버려 두라’는 접근 방식은 결혼에서만큼 경영에서도 위험천만한 전략이다.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서 조너선 아이브는 잡스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양하고 다듬는 노력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이해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말했다. “스티브는 창조의 과정을 소중하고 아름다운 경외의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디어는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나약하고 제대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쉽게 무시를 당하거나, 위협을 받거나, 짓밟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어릴 적 경험을 떠올리며, 사람과 아이디어는 마찰과 소음을 통해 아름답게 빛나게 된다는 말을 종종 했다.



이 책은 상사를 위한 책이지만, 효율적인 소통을 원하는 조직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업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팁이 다양하게 기술되어 있으니 시간 내서 한 번 정독해보자. 지독한 솔직함, 완전한 솔직함이라는 단어는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다.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 솔직하면 그보다 더 민폐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유플리트에 독서비 지원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 않은가. 헛다리 짚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고 꼭꼭 씹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당신은 훌륭한 상사의 길에 오르게 될 것이다. 



동양의 고전 채근담으로 글을 열었으니 서양의 고전이자 스테디셀러인 성경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불쾌한 공격, 고의적 거짓, 파괴적 공감에서 벗어나 완전한 솔직함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대가 ‘나보다 낫다.’는 겸손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보다 일을 잘해서, 나보다 인성이 훌륭해서, 나보다 잠재력이 높아서’ 낫게 여기란 뜻이 아니다. 내가 소중하듯 상대의 ‘존재’ 자체도 소중하단 것을 알면 나를 낮춰 상대를 높이는 게 자존심 상할 일이 아니다. 상대의 존재를 귀히 여기며 대화하는데 어찌 불쾌한 공격이, 고의적 거짓이, 파괴적 공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나보다 낫게 여기려 노력해봐도 ‘어느 점으로 보나 나보다 나은 구석이라곤 1도 없는 인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행위가 아닌 존재를 보자.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 부모, 형제, 친구이지 않은가. 

자, 5월의 미션이다. 상대를 나보다 낫게 여기며 완전한 솔직함으로 소통해보자.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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