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디자이너
여름 한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다들 무탈하신가요? 회사에서 지급한 제빙기가 유플리터들의 뜨거운 몸과 마음을 잘 식혀주길 바라며 8월호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KB손해보험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고 본사에 복귀한 GUI desiger 김민창 선임, 김준범 전임을 만나고 왔습니다. KBpay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한 프로젝트라고 하네요. 멋진 두 청년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지금 공개합니다!
프로젝트 완료를 축하합니다. 소감이 가장 궁금하네요.
김준범 : 모든 프로젝트가 그러하듯 일 자체가 힘들다 보니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어요. 많은 이해관계가 있고, 다양한 상황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대응하면서 힘들 수 있는데 팀원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지금까지 왔고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김민창 : 걱정했던 점이 많았어요. 처음으로 컨설팅하는 프로젝트였는데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입니다.
KB손해보험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김민창 : 노후화된 시스템과 디자인을 개편하고자 금번 사업이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설계사와 사용자 채널 디자인을 통합하는 사업이었는데, 엑스플리트에서 구축 들어가기에 앞서 컨설팅을 맡았습니다. 저희도 엑스플리트와 함께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사를 거쳐 디자인 방향과 가이드까지 작업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김준범 : 사용자를 비대면 고객(앱 사용자)과 대면 고객(설계사의 시스템 사용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두 사용자가 보는 화면을 개편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비대면 고객 대상의 여러 다이렉트 앱이나 기본 앱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있었고, 대면 고객이 보는 화면은 너무 노후화되어 가독성이 안 좋아 그런 것들을 개선한 작업이 있었습니다. 실구축 전 UX 및 디자인을 위한 가이드 개념의 컨설팅 작업이었습니다.
김민창 : 구축과는 달리 뭔가 빨리 돌아가는 면도 있고, 컨설팅하신 UXer 분들과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빨리 빨리 돌아가서 구축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김준범 : 초반 데스크 리서치부터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구축과는 달리 조금 더 세밀한 계획을 수립해야 했습니다. 컨설팅 프로젝트라서 저희 디자이너들이 가져간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을 PO회의에서 뵐 수가 없었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유플리트에서 프로젝트로 분류되어 나갔다기보다는 엑스플리트의 인력으로 지원 나간 형태였기에 엑스플리트 PM의 지휘 하에 디자인 작업을 하셨네요. 그래서 우리가 PO회의에서 KB손해보험 프로젝트 얘기를 접할 수 없었군요. 엑스플리트도 유플리트에서 같은 문화를 공유했던 회사였기에 프로젝트 진행 시 스크럼을 진행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스크럼의 효율성도 물어봤고요.
김준범 : 네, 동일하게 정해진 시간대에 진행을 했어요.
김민창 : 스크럼이 도움이 되긴 합니다. 이 사람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 수 있고, 확실하게 정확하게 공유가 안 되더라도 이쪽은 이렇게 진행하고 있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어 좋습니다.
김준범 : 일정 관리에 도움이 돼요. 매일매일 진전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율할 게 있으면 스크럼을 통해 조율할 수 있어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에 처음 들어갈 때와 나왔을 때의 느낌이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김민창 : 컨설팅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었고, 어느 정도 충족한 것도 있지만 일정상으로 조금 안 맞는 부분들이 있어서 조금 더 여유롭게 일정을 가지고 고민을 많이 한 상태의 결과물이 나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로드맵, 마일스톤 상 디자인 일정이 여유 있게 잡혀있지 않아서 앞단에서 UXer 분들과 같이 공유하며 고민했던 거는 좋았는데, 디자인적으로는 일정이 섞인 부분이 있어서 그런 아쉬움이 큽니다.
김준범 : 컨설팅 프로젝트를 처음 한 입장에서 기대라면 기대랄 수 있고,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호기심도 있었고. 그래서 초반에 브랜드에 대해 조사도 하고, 기획자분들과 모여 아이데이션도 함께 하다 보니까 굉장히 보람이 있었어요. 조금씩 작업물들이 쌓여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던 것 같고.
그런데 민창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작업물들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분들 중에서도 어떤 분들은 화면설계서를 넘겨주면 그거 가지고 작업하는 게 편하다는 분이 계시고, 어떤 분들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서 아이데이션까지 함께 하는 걸 편해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컨설팅이다 보니 UX 쪽에 초점이 많이 맞춰졌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두 분은 어떤 형태의 작업이 편하신지 궁금해졌습니다.
김민창 : 어떨 때는 받아서 하는 게 좋을 때도 있어요. 이번 설계서 파트는 제가 모든 기획적인 부분을 파악하기 어려웠거든요. 보험적인 전문 용어들도 많고, 복잡한 내용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기획자분들이 설명해 주시고 그걸 듣고 하는 게 더 편했어요. 그런데 다른 프로젝트 때는 같이 참여하는 게 좋았어서 제 성향이 어떻다고 딱 단정 짓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김준범 : 전 굉장히 좋았던 경험인 것 같아요. 이런 일은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는 거잖아요. 결론적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경험으로서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운 점이나 성장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준범 : 일반적인 구축 프로젝트에 나가면 사실 와이어에 관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물론 의견을 내서 수정할 수 있긴 하지만.. 확실히 이번 프로젝트는 조금 더 유연하게 저희가 기획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많이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자유도가 조금 있었다 싶어요. 기획적인 면에 가담을 할 수가 있었고, 그러면서 기획적인 능력이 키워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반 프로젝트보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UX 역량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민창 : 저도 그런 부분이랑 덧붙여서 구축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앞단의 디자인에 대해 뭔가 준비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번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면서 디자인 컨셉에 대해 딥하게 들어가 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들을 정확하게 하고 컨셉을 정하면서 그 이후에 디자인을 하다 보니까 “이런 프로세스가 있구나. 이런 프로세스로 하면 논리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겠다.” 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계기로 웹디자이너가 되셨나요?
김민창 : 진짜 ‘어쩌다 보니’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낙서하는 거 좋아하고, 적성검사 테스트했을 때 공간지각 능력이 좋게 나오고 해서 그때에는 디자인을 생각하지 않았고 뭔가 건축 쪽을 생각했어요. 그림 그리는 좋아하고 낙서하는 거 좋아하다 보니 그거랑 접목돼서 고3 때 부랴부랴 입시를 하게 됐고, 입시를 하다 보니 디자인과로 가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을 해야겠다, 이건 아니었어요.
김준범 : 전 비전공자인데,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ㅎㅎ 우연한 기회로 학교에서 어도비를 배웠어요. 수업은 듣기 싫고 대체로 인정해준다고 하니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다 배웠어요. 심지어 3D도 같이 배웠거든요. 다 듣는데 2D가 딱 맞는 것 같았어요. 내가 미술을 배우지 않아도, 베이스가 없어도 조금 센스가 있고 노력만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수업을 듣고 부산에서 취직을 바로 하게 된 것 같아요. 점점 재미가 붙으면서 ‘난 잘할 수 있겠다, 한 번 해보자.’ 생각이 들어서 취직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선택을 한 게 전혀 후회가 안돼요. 아직도 재밌고.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지만 재밌어요. 내가 뭔가 굉장히 집중을 해서 며칠 밤을 새워서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면서도 빠져드는 게 있더라고요. 내가 이렇게까지 빠진 적이 있었나, 그런 게 컸던 것 같아요. 예전에 시작할 때쯤 마음이.
지금까지 작업했던 디자인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프로젝트나 작업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민창 : 100% 만족하는 게 있을까요^^;
김준범 : 그나마 KBpay. 저희가 KB손해보험 전에 KBpay를 함께 했어요. 디자인 쪽으로 엄청 뛰어났다기보다 그 프로젝트의 특수성, 핀테크 앱을 해봤다는 그 경험 자체가 좋은 기억이었던 것 같아요. 원래 있던 앱인데 저희가 고도화 개념으로 들어간 프로젝트였어요. 그때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김민창 : 제가 했던 프로젝트들 중에서 중요도, 기여도 같은 게 제일 높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더 만족이 됐어요.
김준범 : 저희가 고도화한 페이지도 있었는데 새롭게 생기는 기능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자유도가 높았죠.
김민창 : 디자인하면서 새로운 서비스 제안도 많이 했어요.
김준범 : 디자인 작업물 자체로만 뭐가 제일 예쁘고 마음에 드냐 이런 질문인 거 같기도 하지만, 모든 과정을 두고 봤을 때 KBpay가 다 재밌었던 것 같아요.
김민창 : 그래픽적으로 보자면 비주얼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는 판토스 제안도 너무 좋았는데, 구축했던 프로젝트들 중에서 뭔가 만족도가 높은 프로젝트를 뽑으라고 하면 전 KBpay예요.
김준범 : 저희 입장에서 봤을 때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KBpay라고 대답할 거 같아요.
두 분이 지향하는 디자인이 궁금했습니다. (문득 같은 질문을 드렸던 김서린님, 박소희님이 떠오르네요. 두 분 잘 지내시죠?!)
김민창, 김준범 : 아~ 진짜 어려워요. 질문이 갈수록 어려워요^^;
한참 두 분이 디자인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정리해보려 애쓰셨습니다. 그래픽적인 디자인 관점에서 말해야 하나 종합적인 관점에서 말해야 하나 고민하셨습니다.
김민창 : 그냥, 상식적인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다. 웬만하면 프로세스도 일반적이고 상식적이고 쉽게 하는 걸 선호해요. 복잡하지 않은 걸 선호해요. 그래픽적으로도 엄청 복잡하지 않을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심플하고, 음, 형식적으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런 디자인을 정의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전 GUI에만 국한되고 싶지 않아서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준범 : 프로덕트 디자이너(Product Designer)를 뽑잖아요. 아예 별개의 GUI 디자이너가 없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픽 디자인이 따로 있기는 한데 저희가 하고 있던 UI/UX 디자이너들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바뀌는 추세니까 그런 면에서 얘기했을 때 상식적인 디자인을 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김민창님과 비슷한 의견이 있는데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컨설팅 프로젝트가 기획력을 키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저희가 앱 쪽이니까 사용자가 사용할 때 편해야 하고 원하는 걸 바로 찾을 수 있어야 하고, 그게 우리가 말하는 상적적인 디자인이죠. 제가 2년 전만 해도 ‘영감을 주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비주얼에 치우쳤던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내려놓고 조금 더 사용자 입장에서 원하는 걸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유플리트가 금융권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흔히 말하는 브랜딩이나 재치가 있는 디자인 등은 할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아쉬움은 없었는지, 금융권은 어떤 재미로 디자인을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김준범 : 이번에 UXer분들과 디자이너분들과 회의를 하며 트렌디한 컨셉을 잡아놓은 게 있었는데, 그게 선호도 조사를 거치고 현업들의 피드백을 받고 하다 보니 컨셉이 다 틀어지는 거예요. 결국엔 최종 단계에서 초반의 컨셉들이 흐릿해져 버리는 거죠. 조율되면 좋겠는데, 금융권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게 너무 보수적이라서 (그들의 입장이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수용이 안 되니 저희 디자인 작업물에 대한 만족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일단은 금융권 프로젝트를 하는 에이전시가 몇 군데 없잖아요. 유플리트가 금융권에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는 없다고 봐요. 이런 경험들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들고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속선상에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물었는데, 역시 많이 어려워하셨습니다.
김민창 : 뭔가 막연하게 옛날부터 생각했던 게, 어떤 직업이든 업에 대해 지속성을 가지려면 그 업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이나 철학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저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어쩌다 보니 디자인을 하게 됐는데, 내가 하는 일도 심리적이든 사용성적이든 어떤 식으로든 사람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구나 싶어서 지속적으로 디자인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하면 거창할 수 있는데 그런 마음 가짐은 계속 가져가려고 합니다.
김준범 : 저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계속 바뀌어요. 처음에는 “멋있는 디자인! 디자인 잘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했는데 나중엔 “영감을 주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했고, 지금은 같이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동료가 나랑 같이 일하고 싶어 하고 다시 프로젝트를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점점 느껴져요. 저 또한 같이 나가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것 같아요. 협업을 잘하는 사람,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사람, 서로 그냥 맞는 사람..
나중에는 제 일을 하고 싶어요. 그게 디자인 회사가 됐건 어떤 게 됐건 뭔가 지금 하고 있는 디자인이 나중에 자연스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어쩐지 준범님이 CEO가 될 상이라며 공감했습니다 ㅎㅎ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을 잘해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인지,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인지 추가적으로 물었습니다.
김준범 : 어느 수준만 되면 큰 차이는 없다고 보고 저는 후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일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일할 때 편해야 되는 거 같아요. 프로젝트를 혼자서 다 이끌어가기는 어렵지 않아요. 한 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것은 자기 입맛에 맞게 하기가 어렵지 않아요. 서로 잘 커뮤니케이션해서 같이 잘하는 게 더 어렵죠. 그래서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저희 회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 보니까 아마 80%가 사람 때문에 나가지 않을까요?
두 분 모두 두 번째 회사라고 했나요? 유플리트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가요?
김민창 : 저는 이전에 짧게 3개월 계약직이었는데 대기업 계열사의 인하우스 디자인으로 들어가서 프로모션과 운영 위주로 일했어요. 계속하다 보니 똑같고 재미없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계약 연장 안 하고 유플리트를 찾게 된 거죠. 확실히 구축업이 맞는 것 같아요. 유플리트만의 무언가는 아직 비교대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저는 사실 금융플로젝트를 많이 안 했어요. 와서 처음 했던 게 대한항공이고, 이어서 중고차 서비스, 제주항공, KBpay..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제겐 다양한 걸 할 수 있었던 회사예요.
김범준 : 유플리트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보이지만 직원들에게 잘 체감이 되진 않아요.
회사에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준범 : 사실 민창님도 비슷한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 프로젝트를 몇 번 나갔다 들어오고 하다 보니 인력관리가 안 되는 게 느껴져요. 근데 그게 어쩔 수 없어요. 회사 입장에서도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구조 상 파견 나가 있으면 관리하시는 분들이 상주하며 관리하실 수는 없고 한 번씩 나오셔서 상황 점검하고 문제 있나 물어보고 하시는데 인력관리가 어렵다는 거죠. 뭔가 이탈이 생기거나 사고가 터지기 전에 사전에 캐치를 하면 연속적으로 이슈가 발생해서 문제가 생기거나 같은 팀원들이 힘들어하거나 하는 걸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민창 : 캐치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작업자의 입장, PM의 입장, 회사의 입장이 다 다르다 보니 모두의 의견을 회사가 다 일일이 들을 수가 없잖아요. 시간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나. PM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싶은데 작업자들끼리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거고, 반대인 상황도 있을 수 있는 거고. 회사에 보고되는 게 매번 다를 수도 있고 하니 그냥 구조적인 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김준범 : 예전에 대표님이 오셔서 면담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이 부분을 직접 말씀드렸어요. 현재 인력이 피라미드로 보면 기형적인 구조인 거예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만 많죠. 그러니 안정적이고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거죠. 1년 전까지만 해도 심했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 게 계속 아쉬웠습니다.
우리 셋이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가 ‘결국 연봉인가..’ 했습니다^^; 업에 대한 이해, 회사 사정, 인력 시장 구조 등을 다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 인상률은 계속 올라가는데 우린 연봉 협상을 퍼센티지로 하니 큰 폭으로 올라가지 않는 상황임에 안타까웠습니다. 어느 시점에선 연봉도 큰 폭으로 오를 테지만 지금으로선 아쉽습니다.
아울러 유플리터 모두가 느끼듯 능력 검증되지 않은 프리랜서에 대한 우려도 많았습니다. 잘하는 프리분들도 많지만 무책임한 분들도 겪다 보니 적재적소에 좋은 인력을 뽑는 일이 우리 모두의 염원이 되었네요.
소속감 얘기도 나왔어요.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다 보니 소속감을 느끼길 원하는 유플리터가 많음을 느꼈습니다. 파견지에서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본사의 이름으로 하나 됨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어요. 회사에서 의지를 갖고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인터뷰의 공식 질문이었는데, 두 분이 어려워하셨어요. 사실 지난 인터뷰이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여서, 내가 정말 전문가인지 의문이 들어서, 조금씩 달라져서 등등 이유가 있었는데, 두 분도 한참을 고민하셨습니다.
김준범 :
명함에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고 나와있는데, 이게 맞는 것 같아요. 아직 뭐라고 정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지금 시점에서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 전문가입니다.
김민창 :
거창한 걸 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 엄청 많은 디자인들로 나뉘지만 결국 모이는 것 같거든요. 제가 아는 디자인 분야만 해도 그래픽, 폰트, 한글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브랜딩, UX, 영상, 전시...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디지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하나로 결국 뭉쳐지는 것 같아요. 어떤 사업인지에 따라 그 분야들이 어떻게 묶일지가 달라질 뿐이지, 저희 KBpay 할 때도 결국은 에펙도 쓰고 했잖아요. 요즘은 옛날만큼 명확하지 않아도 될 수 있겠고, 모호해질 수도 있겠고.. 그런 의미에서 전 디지털 디자인 전문가로 하겠습니다.
제가 판을 잘 펼쳤으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역시 점심시간을 할애해 인터뷰하는 건 너무 아쉽네요. 뒤에 일이 없으면 하루 종일 인터뷰해도 상관없다 하셨지만, 듣는 저도 하루 종일 들을 수 있었지만 다음 만남을 위해 조금 남겨두는 걸로 하죠^^
흔쾌히 이야기를 나눠주신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향은 잘 다녀오시고, 넷플릭스도 모아서 잘 보시고, 맛집도 많이 다녀오셨나요? 잘 쉬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