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찾기

by 유플리트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빅데이터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향수 브랜드평판 순위는 1위부터 10위까지 차례대로 샤넬, 조말론, 딥디크, 크리스챤디올, 불가리, 톰포드, 크리드, 랑방, 바이레도, 포맨트라고 한다. 당신의 향수도 여기에 포함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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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 샤넬의 마드모아젤 향수를 쓰고 있다. 파리에 거주하던 아주버님 가정에 방문했을 때 급구입한 향수다. 어머님께서 향수를 꼭 사야겠다 하셨고, 너도 사주겠다는 남편의 등쌀에 떠밀려 당시 많이 들어본 ‘샤넬 No.5’를 주문했다. 그런데 아무리 불어를 모른다지만 어딜 봐도 No.5라는 표시가 없어 재차 확인을 부탁했으나 우르르 몰려간 대가족 무리에서 나의 요구는 허망한 메아리에 불과했고, 결국 한국에 돌아와 확인한 결과 그것은 표시된 그대로 마드모아젤 향수였다. 그렇게 나의 인생 향수를 만났다.

원래 향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쇼핑하면서 시향 해보거나 바디로션, 핸드크림 등의 향을 통해 어렴풋이 인지한 나의 취향은 ‘시트러스 계열의 청량한 향’ 정도였다. 플로럴 계열은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건 그 향의 잘못이 아니라 꽃향기와 나를 연결시킬 수 없었던, 최소한의 양심이라고나 할까? 당시 나는 나 자신을 꽃향기나 오리엔탈 향으로 표현할 자신이 없는 그저 수수한 사람이었다.


향수 얘기로 시작한 까닭은 그것이 자신과 일치시키는 일련의 과정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컬러와 그 이유를 물으면 저마다의 대답이 돌아올 텐데, 자신이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대로 대답한다고 한다. 가령 청량감이 느껴지는 파란색이 좋다 하면 청량하게, 열정적인 빨강이 좋다 하면 열정적인 모습으로, 시크한 화이트 앤 블랙이 좋다 하면 시크한 모습으로 비치길 원하는 거라고 한다. 그게 사람 심리라나?

향수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향이 다른 이유는 향 자체를 즐기는 것도 있지만 그 향과 일치되는 자신의 모습을 어필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성격 그대로 향수에 관심이 없었나 보다. 나이 들대로 들고 나서야, 만성 위염과 식도염에 시큼시큼한 나 자신을 숨겨 볼 심산도 포함하여 향수에 눈을 떴다. 엄마 생일이라고 무턱대고 올리브영 가서 영상통화로 향수를 골라보란 아들 덕에 헉슬리의 ‘모로칸 가드너’도 만나 플로럴 계열에 대한 용기도 났다. 뜻하지 않은 선물이나 남이 나를 떠올리고 선물한 향수를 통해 내 시야와 받아들이는 범위가 확장되기도 한다. 내가 선택하는 건 거기서 거기기에 좀처럼 벗어날 수 없고 남이 개입되어야만 지경이 넓혀지는 법. 향수든 패션이든 뭐든 내 취향의 지경이 한 뼘 넓혀질 때, 새로 발견한 내 모습이 재밌고 기쁘기도 하더라.


원래 남이 보는 나는 진짜 나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가 아는 내가 99%이며 그 99%가 건강할 때, 1%가 흔들려도 잘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1%에 연연하지 말고 99%에 집중하여 나 자신을 잘 알고 친해져야 행복하다고 한다.

나는 나를 잘 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 그리고 일관적이지도 않더라. 어제의 나, 오늘의 나는 다를 수 있고 내일 또 달라질 수도 있다. 나의 관심사와 취향을 발견하는 걸 인생의 보물 찾기처럼 즐겨보는 게 어떨까?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뭐든 좋은 걸 주고 싶은 것처럼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가장 좋은 것을 선물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책 한 권 넣을 수 없는 미니백을 든 여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동하는 동안 읽을거리가 꼭 있어야 했던 필자에게 미니백을 든 여자는 뇌가 순수한 공주님 그 자체였다. 지금 생각하면 오만과 편견의 극치였달까? 또한 늘 바빴기에 왜 배를 채워주는 알약 하나 만들지 않는지 그게 불만이었다. 멋진 플레이팅? 호화이자 사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배 채워주는 알약이 나와도 거들떠도 안 볼, 멋진 플레이팅만 보면 설레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머리도 커지고 마음도 넓어지고, 한 마디로 시야가 넓어졌다고나 할까? 사람은 다 다르다는 것을 알며, 모든 취향을 존중하며, 타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게 재밌다. 내가 언제 행복한지, 언제 헐크로 변하는지, 지금 이 상황에 필요한 게 뭔지, 예전엔 느끼는 대로 살았다면 지금은 알고 느낀다.


내가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는 거, 내가 생각보다 더 나약하다는 걸 깨우치는 과정이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더라. 오히려 그런 내 모습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을 열심히 살아갈 거란 다짐이 내가 가장 약할 때 찾아왔다. 그래서 같이 해보자고 얘기하고 싶다. 남이 보는 1%의 내가 어떻게 비치길 원하는지가 99%의 내 모습에 대한 힌트일 수도 있다. 1%의 나든 99%의 나든, 잘났든 못났든, 이 세상 누구보다 귀하게 대접해보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맘에 드는 향수를 하나 골라보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나에 대해 질문해보자. 너무 지쳐 모든 감각이 무뎌진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러했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대접할 때가 됐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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