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라니! 비장하게 다짐했던 1월에서 비참하게 반성하는 12월로 훅 건너온 거 같습니다. 지난 2~11월에 뭘 했더라… 에잇, 크게 크게 느낌표를 찍은 성취가 없더라도 자책하지 않기로 해요. 내 마음이 과거를 뒤지거나 미래를 엿보는데 가 있으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 하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현재에 충실하기로 합시다. 지금 내가 하는 생각과 언행이 내일로 가는 길을 만드니 후회도 말고 거창한 다짐도 말고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길이 만들어지겠지요.
이금희 아나운서를 아시나요? 왠지 모르는 유플리더분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유재석이라는 MC가 있기 전에 이금희 아나운서가 경청을 대표하는 사람이었어요.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을 18년 간 진행했는데, 한석준 아나운서가 경청의 대명사인 그분을 닮기 위해 그분 방송을 모니터링하면서 대표 멘트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네~
그분 특유의 진정성 있는 표정과 함께 이 멘트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고 한석준 아나운서는 말했어요. 맞아요, 저도 그분 표정이 기억납니다. 참 따뜻한 분이죠.
경청이라는 게 쉬운 거 같아도 막상 “경청,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물으면 답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잘 들어준다, 까지는 알겠어요.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어떤 말로 위로하거나 조언해야 하는가’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청이 어렵게 다가와요. 나름 고심 끝에 건넨 말에 상대의 표정이 시큰둥하면 실패한 거 같습니다. 또한 조언이랍시고 해준 상대의 말들 때문에 되려 상처받은 경험도 있을 거예요. 정작 상대는 본인 말에 취해 한껏 뿌듯한 얼굴이어서 더 열받죠. 이러한 상황들이 겪다 보니 경청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내가 해야 할 반응에 집중하기보다 상대의 상황이나 처지에 집중해 보세요. 그 태도가 경청입니다. “그랬구나~”, “아이고, 힘들었겠다.” 상대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수용이 경청입니다. 이금희 아나운서의 “네~” 한 마디에 출연자들이 무장해제되고, 긴장을 풀고 평소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네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라는 진정성 있는 태도가 경청의 전부라고 확신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는 정해 놓지 말기로 해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정답을 꽉꽉 채워 놓은 사람들입니다. 입력 즉시 출력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판기들이죠. 내 틀과 정답은 나에 맞게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타인에게 적용하려는 욕구를 참아 보기로 해요. 상대가 첫마디 꺼냈을 뿐인데 이미 내가 할 말을 머릿속으로 뒤지고 있는 우리, 2024년엔 멈춰봅시다.
꼴딱 밤새고 헤롱헤롱한데 아침 미팅이 있어요. 정신을 깨워볼 요량으로 커피를 한 잔 마시는데, “빈 속에 커피는 안 좋지 않아?” 동료가 말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동료기에 좋은 의도로 건넨 말임은 알지만 나도 나름 상황이라는 게 있습니다. 밤을 새서 피곤함을 깨울 겸 마신다는 말에 동료가 한 번 더 말을 보탭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어?” 평소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걸 아는 동료기에 걱정되어 하는 말이죠. 아는데, 다 아는데… 악! 짜증이 나요!! 상대의 좋은 의도를 헤아리기엔 나의 답답함이 더 큽니다. 불면증을 고치고 싶은 마음도 내가 더 크고, 노력도 내가 더 많이 해요. 그런데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낙인을 딱 찍어버리네요! 내가 왜 변명을 하고 있는지, 참 답답합니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우리 일상에 차고도 넘칠 거예요. 상대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건넨 말이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본인의 정답이고 본인의 틀입니다. 판단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현인들이 말하더군요. 유플리더 여러분, 판단 대신 수용합시다. 타고나길 이런 걸 어떡해, 포기하지 말고 내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점검해 가며 살아봅시다. 우리는 사회인이니까요. 기왕이면 세련되고 품위 있는 사회인이 되어 보자고요.
(한석준 아나운서의 ‘말하기 수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한석준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에게 “넌 틀렸어.”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이야기죠. 이성적이고 스스로의 논리를 확신하는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내 편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아주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밀어내는 행동이죠. 사실 제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잘못을 지적하고 해결책만 제시하기 일쑤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상대방의 논리가 틀렸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별문제가 없을 때가 많죠. 그런데도 “넌 틀렸어.”라고 하면, “그렇네. 내가 틀렸어. 알려줘서 고마워.”라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니야.”, “틀렸어.”와 같은 부정어를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상대방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전에 마음을 닫아버리고 맙니다.’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조언이랍시고 팩폭 날리던 지난날들이 반성되더군요. 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으나 그래도 표현은 달라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내용에서 이 부분은 무슨 뜻인가요?” 혹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요?” 이런 식으로 틀린 부분을 두세 번 정도 질문하면 상대도 자연스럽게 본인의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하니,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넌지시 알려줌으로써 내 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하니 이 방법을 연습해야겠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경청이라는 미덕을 전략적으로 사용하여 원하는 걸 얻어낼 수 있습니다. 부모가 되면요, 잔머리 대마왕이 돼요.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들어주는 척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 잔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먹이기 위해, 씻기기 위해, 재우기 위해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척해야 해요. 힘으로 제압하는 건 어디서나 그렇듯 오래가지 못하고 적을 만들 뿐이죠.
사회에서도 이런 전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내 뜻대로 조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성장을 위해서라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것! 상대가 날 위해서인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인지 다 보여요. 아무리 포장해도 들키고 맙니다. 그러니 우리, 진심을 담아 경청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들’이 되기로 해요. 어차피 유플리트라는 조직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야 하는데 기왕이면 맛있는 요리를 내어놔야겠죠. 경청이라는 양념이 최고의 맛을 이끌어낼 거예요!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