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 프리랜서 Sep 30. 2022

고백 : 몇 읽지 않는 내 글을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글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요인은 참 적은데 말이죠. 제가 참 탐내는 능력 중 하나가 꾸준함입니다. 노력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꾸준함은 정도로 따지면 최고의 노력이 필요한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털어놓는 고백이지만, 이번엔 정말 몇 읽지 않는 내 글을 쓰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몇만명이 지켜보는 대작가가 한 글을 히트시키고 난 뒤 다음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부담감에 몇자 적는 것 조차 힘든 그 어려움과는 다르겠지만. 제 이유는 정 반대였습니다.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아도 좋지만 사실 많이 읽으면 더 좋지만 제 이유는...


제 친구가 내 글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즐겁다는 글을 쓰기도 슬프다는 글을 쓰기도 주저스러웠거든요. 


친구는 국립암센터에서 1차로 대장, 난소, 간, 림프절을 절제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11시간이 걸렸습니다. 며칠 뒤 2차로 간을 절제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8시간이 걸렸습니다. 내내 밥을 먹지 못했고 때로는 고통에 몇번이고 마취약을 눌렀지만 2차 수술에서는 마취약이 들지 않아 신음하며 며칠밤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서서히 회복을 해가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친구는 여전히 고통을 겪고 슬프고 무기력합니다. 때때로 구름 사이로 햇살이 들듯이 웃는 순간도 있습니다. 얼굴을 보고 확인할 순 없지만 나는 전화 너머로 친구의 목소리가 얼마나 들떴는지, 가라앉았는지, 젖었는지 살핍니다. 주의해야해요. 친구는 본인의 감정을 가리는 것에 아주 익숙하거든요. 첫 목소리가 기쁘다고 긴장을 늦춰서는 안됩니다. 곧 울음을 터트릴 수도 있거든요.


마치 군대에 아들을 보내고 전화를 기다리는 엄마처럼, 나는 친구의 전화가 오면 5초를 세기 전 전화를 받곤 해요. 같이 있던 다른 친구는 거의 애인이라며 농담을 건넸어요. 난 웃으며 생각했어요. 오히려 애인이라면 이정도로 반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요. 전화를 집는 것조차 무거워서 애를 쓰는 친구가 하나하나 번호를 눌러 나에게 전화했을 모습이 생각나요. 친구가 슬퍼한다해도 나는 전화를 받는 것이 너무 반가워요. 그냥 무엇이는 친구의 목소리가 반갑거든요. 지금은 아쉽지만 유일하게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이런 과정을 겪는 종종 나의 마음이나 느낀 점을 때로는 글로 쓰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써볼까 하는 어느 하루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글을 쓰면 친구도 바로 볼 수 있잖아.


별거 아닌 이생각에 나는 손이 멈췄어요. 왜그랬을까요. 저는 친구에게 바라는 것이 많았어요. 저의 솔직한 고백에 친구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행복한 무언가를 그리는 글을 보고 섭섭함이나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또 내가 너무 본인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음 해서요.


문득 깨달았어요. 


친구가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친구의 몫이에요.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은 친구의 감정까지 통제하려 하는 모습이라는 걸, 오히려 이기적인 나의 모습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생각났어요. 친구는 내 글에 대해 한번도 뭐라 한 적이 없단걸요.


오히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내 모습을 참 좋아해줬다는 걸요. 우리는 같이 일을 하기도 하고 꿈을 꾸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사이였고 지금도 그렇거든요. 여전히 조심스럽기도 해요. 내 글을 읽고 혹시나 어떤 생각을 할지요. 그치만 그건 친구의 몫이에요. 친구는 본인의 능력을 낮춰보는 것을 제일 싫어해요. 알지 못하면서 미루어 생각하는 것도요.


16년이면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종종 까먹어요.


무엇이든 써보기로 했어요. 친구와 계획했던 일도 좀더 준비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또 멈출 때도 있겠죠. 마음을 하도 먹어서 비만이 될지도 몰라요. 그래도 쓰고 만들고 이야기하는 일을 그만두진 않을 것 같아요. 그 애도 나도 사랑하는 일이라서요.


정신 없는 와중에 제 친구는 끊임없이 인스타그램( @happy_unnie )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제가 봐도 참 대단한 애 같아요. 계속 친구 하고싶다면 좀더 분발해야겠어요. 


누구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아무도 안읽는 글을 쓰는 것도 즐겁다고 생각했는데 참 웃긴게 누군가 한 둘 봐주시기 시작하면 또 그게 즐겁더라구요. 제가 무슨 목적으로 글을 쓰는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뭐 그래도 재밌으니까 멈췄다가도 다시 쓰러 오는거겠죠. 재미있어하는 일이 하나라도 있다는 건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꾸 마음이 애를 쓰는 날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