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마음이 애를 쓰는 날이 있습니다.
행복할 수만은 없는 일상이죠.
참 산다는 게 즐겁기만 하다면 참 좋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때때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전혀 느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무 그 자체가 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이런 힘듦에는 해답이 없습니다. 그저 견뎌야 합니다. 그럴 때 나는 가만히 있지만 마음이 자꾸 애를 씁니다. 영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많은 생각이 드나듭니다. 때때로는 슬퍼도 하고 울기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 괜히 재미있는 것을 보며 달래려고도 하고 아예 슬픈 것을 보며 실컷 애통해하도록 두기도 합니다.
요인은 2가지였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의 울음이었고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약봉지였습니다.
2021년 10월 친구의 약봉지였습니다. 친구는 2021년 12월 24일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눈물이 난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알 수 없는 후회와 미안함과 안쓰러움과 무기력함이 있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습관적으로 글을 썼습니다. 아무도 몰래 기록하는 곳에 글을 2편 적고 이곳에도 적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내 슬픔은 눈물뿐만 아니라 글로도 흐르나 봅니다.
나는 30살입니다. 10년을 3번 살고 나니 바뀐 점이 있습니다. 흐르는 것에 나를 잘 맡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저 무기력함과는 다릅니다. 흘려보내면 또 새로운 힘과 시작할 용기가 생깁니다. 알기까지 30년이면 빨리 알았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슬픔이 있습니다. 그 자체가 나를 슬프지 않게 만들진 않지만, 그저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친구는 본인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 했습니다. 저는 제 방황을 잘 기록하고 기회가 된다면 저 또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에게 꼭 해주고 싶어 남긴 문구로 글을 마칩니다.
넌 할 수 있어.
매일을 이겨내는 너는 내 자랑이고
사랑이고 감사이자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