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 프리랜서 Dec 26. 2022

알쓸인잡을 보고 일기 쓰기로 다짐했다.

361번째 다짐

일기를 써본 사람은 안다. 막상 쓰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잊지 않는 게 어렵다는 것을. 보통은 침대에 누워서 생각난다. 나는.


자고로 일기는 손으로 쓰기가 제맛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워서 타자 치기 귀찮은 마음에 변명하기가 딱이다.


그러다 요즘 내가 사랑하는 프로 알쓸인잡을 보는데 그곳에서 일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중 김영하 작가님의 말이 마음에 박혔다.


알쓸인잡

절망적인 말만 가득할지라도 일기를 쓰기를 추천한다는 것. 일기를 쓰는 자에겐 미래가 있다는 것. 사실 일기는 생존에 아주 적합하다는 것.


일기를 쓰는 자에겐 미래가 있다는 말에 꼭 동의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가 미래에 이 일기를 볼 거라 생각하고 쓴다는 말을 법의학자님이 해주셨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설령 나조차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일기를 쓴 적이 있었고 지금도 종종 그렇다. 그런 일기를 쓸 때면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어딘가에 토해낼 곳이 없어 글로 종이에 토해낼 뿐이었다.


얼마 전 신태순 대표님 신작이 나와 출간회를 신청해 간 적이 있는데, 이런 말을 하셨다. "아침에 일어나서 꼭 글을 써보세요. 저는 속에 분노가 가득했던 어느 날 종이에 쓰는 말이 욕밖에 없던 적도 있어요."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옮기진 않았지만 내 기억으론 이런 내용이었다.


나 또한 이런 일기를 한동안 쓴 적이 있었다. 내 일기를 발견한 어느 날 나는 이런 글을 쓸 정도였다.



그 일기를 쓸 때의 나가 안쓰럽기도, 애처롭기도 했지만 지금은 우연히 글을 써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중학교 때 즈음 도서관 담당이었던 담임선생님이 글을 잘 쓴다 칭찬해주셔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동시도 노랫말도 소설도 쓰던 일기였지만 어느새 감정쓰레기통이 된 일기를 바라보는 게 참 씁쓸했던 기억이다. 그렇지만 힘든 때의 내가 꼭 외면하고 잊고 싶은 모습만은 아니다.


그때 했던 수많은 생각 생각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잘 알게 해 주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생각을 트이게 해 준 알쓸인잡에게 감사를! 요즘 나의 최애프로그램이자 등장하는 모두는 선생님이 되는 듯하다.


오늘은 도서관에 나와 일을 하고 싶었다. 잘했다 싶다. 다행히 모교가 가까워 종종 오곤 하는데 발전하는 모습에 알 수 없이 마음이 부풀고 나도 더 커야지 하는 희망찬 생각이 생긴다.



혹시 어딘지 알아보신다면 저와 같은 학교시군요? 전 졸업했지만요. 종종 학교에서 책 빌릴 때 학생증을 달라고 하는 근로학생분들께 사랑의 키스를 날립니다. 아, 내가 와서 기분 좋은 이유가 이거였나?


여하튼, 그래서 쓴 오늘의 일기! 오늘의 알쓸인잡이 내가 일기를 쓰게 했던 것처럼, 오늘 나의 일기가 누군가에게 오늘의 일기를 쓰게 하기를.


Ps. 일기 위의 날짜를 보면... 얼마나 내가 일기를 안 썼는지 ㅋㅋㅋ 알 수 있다. 내년은 일기장 안 사고 그냥 이거 써야지..

작가의 이전글 나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