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 프리랜서 May 01. 2023

지각쟁이가 지각을 고친 건에 대하여

정신차려 지각쟁이

나는 타고난 지각쟁이였다. 엄마는 타고난 시간엄수자였다. 엄마는 나를 항상 호되게 꾸짖었다. 부끄럽게도 성인이 될 때까지 습관을 전혀 고치지 못했다. 10분 15분을 자꾸 늦는 버릇이 있어 엄마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그 작아보이는 시간들로 많은 사람을 잃을 거라 경고했다.


성인이 되었다. 어쩌다보니 시간엄수자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당연히 친구에게 크게 혼이 났다. 성인이 되고는 처음으로 절연을 당할 뻔 하였다.


생각을 거슬러 가보면 나는 시간 계산을 잘 못하는 부류였다. 버스를 타고 이동 거리가 30분이 걸린다면 "오는 데 얼마나 걸려?"라는 대답에 "30분!"이라고 말을 하며 스스로도 30분이면 모든게 끝난다고 생각했다. 시간엄수자 친구는 이런 나에게 시간계산법을 살벌하게 알려주었다.


"모든 시간이 네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나보지? 가는 길에 신호등 안기다려? 너가 가면 버스가 바로 오니? 내려서 한걸음도 안걸어도 목적지에 도착하니? 어떻게 버스로 30분이 걸리는데 도착까지 30분이 걸린다고 할 수 있어?"


놀랍게도 나는 드디어 시간 계산을 하는 방법을 습득하였다. 아, 버스로 30분이 걸리면 총 시간이 30분이 걸리는 게 아니구나. 나는 바보도 아니고 수능도 봤고 대학도 다녔다. 그렇지만 시간계산을 못하였다. 다른 사람의 지각을 눈감아주면 나의 지각도 눈감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 혼자만의 면죄부를 만든 탓이었다. 다행히 엄하고 좋은 친구를 만난 덕분에 시간계산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나를 위해서 시간계산을 하니 스스로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위해 시간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시간 계산을 하지 못하거나 억울하게 운수가 안좋은 날에는 더 큰 돈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어떤 수를 써서라도 시간을 지켜보았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논리로 타인의 시간을 내가 돈을 내고 살 순 없다.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사적인 약속에서의 대체적인 경우) 특히 지나간 시간은 돈을 내고 살 수 없다. 내가 놓친 지나간 시간들로 수많은 신뢰와 정을 떨어트린다는 건 놀랍게도 내가 시간을 지켜봐야 깨달을 수 있다.


사랑과 온정으로 아직까진 사람을 잃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은 지각쟁이들에게. 스스로 화를 불러오는 행동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나 스스로도 이미 지각으로 습관이 들어있기 때문에 지각요요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

작가의 이전글 알쓸인잡을 보고 일기 쓰기로 다짐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