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감사해요
내 속마음을 쌓아두는 일기가 아까워서, 브런치를 한번 해보라는 권유에 용기를 얻어서 어느날 마음 잡고 작가 소개와 앞으로 할 이야기들을 써서 제출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
그냥 난 원래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설마 될까? 되면 대박이다 ㅋㅋ 이런 생각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신청한지 고작 이틀이 지난 날이었다. 유난히 크게 울리는 핸드폰 진동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운은 받았지만 한번도 켜보지 않았던 브런치 어플에서 알람이 왔다.
엄청 작은 소리로 "와.."라는 말을 했다. 입으론 소리가 작게 나오는데 심장은 엄청 두근두근거렸다.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 내가 두근두근했던 일은, 하기로 한 일을 다 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결과가 마음에 안들거나, 아니면 어떤 말을 듣고 하루 종일 불안하거나 하는 류였다. 그러지 않은 두근거림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난 그냥 마음 속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글로 썼을 뿐이고, 자기소개는 엄청나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적어 보았다. 앞으로 쓸 글의 계획은 누군가 목록화를 해서 쓰면 좋다는 말을 들어서 무슨 말을 하지 고민을 해보고 내 마음대로 내키는 목차를 적어 내려갔다.
옆에서 친구도 어떤 말을 써야 할까, 어떤 내용을 쓴다고 해야 날 작가로 만들어줄까 한참을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날 일이 꽤 많았다. 그래서 뭐 일단 한번 신청하는거지 뭐 라고 생각하며 "난 그냥 내버렸다!"라고 말을 했다. 새해에 처음 있었던 운 좋은 요행이었다.
올해 내나이 29세.
재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을 거라 떠들던 사람들도, 운세도, 인터넷 글도, 예전에 있었던 어느 한 개그 프로에서도,
수도 없이 들은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1월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