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말은 참 쉽다.
'그래, 이혼해!'
'이혼하자 제발'
'이혼해, 왜 안 해?'
이혼. 이혼. 이혼
싸우면서 이혼 얘기하면 언젠가는 이혼하게 된다면서, 아무리 싸우더라도 이혼 얘기는 하지 말자고 언젠가 남편이 말했던 것 같다. 그나마 결혼 초에...
그나마... 그렇게라도 말했던 남편이 그때는 제대로 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혼을 앞두고 마주하는 남편의 모습은 내가 느끼기에 '사람 이하'. 딱 그거다.
부모교육을 받은 뒤 돌연 마음을 바꿔 이혼하지 않겠다고 맞서는 남편 앞에서...
나는 법원 안에서 절망했다. 그의 고집과 광기를 알기에, 그의 입에서 '안 하겠다'는 말이 나온 이상, 편하게(?) 이혼하기는 물 건너갔구나 생각했다.
부모교육을 맡아해 주신 그분께서는 내게 소송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나는 그 앞에서 절망으로 답했다. '소송해서 이혼할 돈이 지금 제게는 없어요'
그러자 내 앞에서 그가 말했다. '그 돈 내가 줄게요!'
헐!
그는 그런 사람이다.
공수표.
막 날리는 그런 사람.
이혼 경비? 변호사 비용을 주겠다고?
그런 말 나는 진저리가 난다.
"돈이 그렇게 많으세요?
그냥 온 김에 이혼 서류 접수하고 가는 게 빠르고 간단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은 이혼하지 않겠다고 돌아섰고, 빠른 걸음으로 법원을 빠져나가는 그를 따라 우선 나도 나왔다.
그리고 차 안에서 나는 내내 울었다. 절망이었다.
이혼하는 줄 알았는데... 드디어 이혼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남편은 다시 시어머니께 전화를 해서 웃음을 섞어가며 말했다.
"엄마, 이혼 안 하고 가요, (웃음) 애들 때문에.... 그렇지 뭐..."
수화기 너머 시어머니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팔순 식사 모임을 앞두고 대뜸 전화로 이혼한다는 소리 들은 어머니께서는 얼마나 놀라고 마음 졸이셨을까.
몇 시간 뒤 다시 걸려온 막내아들의 '이혼접수 취소' 전화를 받고 어머니는 웃으셨고 남편도 웃었다. 그런데 나만 차 뒷좌석에서 울었다.
학대받는 기분이었다. 이런 시추에이션은 정말 콩트에나 나오는 것 아닌가.
두통이 시작되었다. 빈혈인가... 스트레스인가.. 머리를 움켜쥐며 내가 왜 이혼을 해야 하는지 구구절절 목소리 높여 외쳤다.
기분 내키면 한 달에 20만 원, 또는 40만 원, 또는 50만 원 생활비를 주는 남편은 꿋꿋하게 앞으로는 80만 원은 주겠다고 했다.
나는 80만 원 생활비를 받으며 굳이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애초에 생활비를 제대로 못 받는다는 이유 하나로 결심한 이혼이 아니고!
"800만 원을 주셔도. 안돼요... 나는 당신과 살 수 없어요.
우린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잖아요...나는 당신이 싫.습.니.다!
그리고...
슬픔니다...
이혼을 했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