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자녀를 둔 부모일 경우, 이혼 서류 접수를 바로 하지 않고, 반드시 '부모교육'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시간은 꽤 길었던 것 같아요. 아마 2시간은 되었지 싶습니다. 아무튼 처음과 끝까지 2시간이 걸렸어요.
우선 부모교육 장소에서 모니터를 통해 동영상 시청을 합니다.
이혼을 앞둔 부모를 대상으로 이혼 전 알아야 할 사항들에 대해 짤막짤막하게 이어 만든 영상이었어요.
탤런트 신구 선생님께서 주요 멘트를 하시고, 이혼할 부부와 자녀들에 대해 미리 알아야 할 점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영상이었어요. 방송작가 출신이기에 영상의 구성을 보면서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나머지 구성 흐름과 방식, 내용은 어떨지가 다 그려지더군요. 예상대로 저 포함, 몇몇 분들은 우시고 남편들은 에둘러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제 남편 같은 경우는 핸드폰을 보고 눈길도 안주더군요.
저는 맘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래, 보지 마라, 보지 마... 애들과 같이 살 때도 받지 못한 부모교육을 이혼하는 마당에 애써 보려 하지 마시고 제 갈길 가길 바라요... 당신 표현대로 어느 과부랑 결혼도 하시고...'
동영상 시청이 끝나고 저는 그게 끝일 줄 알았어요. 미성년 자녀가 없는 부부일 경우 그 영상만 시청하면 이혼 서류를 접수하러 나가지만, 저처럼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는 영상 시청이 끝나고도 자리에 남아서 거의 1시간 30분 정도의 교육을 더 받아야 했어요. 그땐 영상이 아니라, 어느 분이 들어오셔서 직접 사례 중심으로 말씀해주셨어요.
그런데 이때부터 저는 머리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제가 기대했던 부모 교육이라는 것은, 이혼하는 마당이지만... 보다 성숙하고 좋은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서서 가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이길 바랬습니다. 이혼뒤에 성숙하고 이혼전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기 위한 권고이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제가 받은 부모 교육이라는 것은 '이혼한 부부의 자녀들이 겪는 최악의 상황과 사례들'을 조목조목 들어야 했던 시간이었어요.
일찍 폭력에 노출되고, 폭력사건을 일으키며 성에 일찍 눈을 뜨게 되고, 얼마나 인생을 비관하며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 등등에 대해서 말이에요...
물론 이혼한 부부의 자녀들도 얼마나 훌륭하게 자라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겠어요...
그러나 그런 사례는 전혀 없이 그날 뻔히 보였던 '부모교육 시간'의 목적이라는 것은 '애들이 이만큼 불행해지는데 그래도 이혼할래?'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말이죠.
그렇잖아도 건강과 안전에 강박증세가 있는 남편은 부모교육 시간이 끝나자 바로 그곳에서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혼 서류에 도장까지 다 찍고 오지 않았냐고, 나는 반드시 이혼해야 한다고 부르짖었습니다.
부모교육 담당자는 처음엔 저의 반응을 보시고 이혼 서류 접수를 하고 가더라도 석 달 간의 숙려기간이 있으므로 온 김에 접수하고 가라고 남편을 설득했습니다. 서류 접수를 하고도 나중에 판사가 부르면 다시 협의내용을 수정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혼 서류 협의내용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는 남편과, 절대 이혼해야 한다는 저 사이에서 결국 그분은 포기하고 말았어요.
웃으시면서, 난색을 표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시고 가셨습니다.
'저는 더 이상 모르겠어요, 두 분이 협의하시고 다시 오세요'
아... 저는 정말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었어요, 이혼하게만 해주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