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Apr 04. 2019

책 읽다 느낀 섬뜩한 경고

지그 지글러의 책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에 나오는 예화 중에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한 젊은이가 징역 선고를 받게 되었는데 재판장은 그 젊은이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 젊은이를 어렸을 때부터 잘 알았고,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법률학자였다.

재판장이 젊은이에 대해 징역 선고를 내리기 전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자네는 부친에 관한 기억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그런데 그에 대한 젊은이의 대답이 내겐 충격으로 와 닿았다.

대답은 이러했다.

"제가 조언을 들으려고 아버지가 계신 방으로 들어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잠시 책에서 눈을 떼시고는 제게 눈길을 돌리셨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펜을 들어 뭔가를 계속 쓰시면서, '나가 놀아라, 얘야. 아빤 지금 바쁘단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제가 같이 놀아달라고 하자, 아버지께서는 '나가서 놀아라, 얘야. 아빤 지금 이 책을 마저 다 읽어야 한단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재판장님께서는 제 부친을 훌륭한 법률가로 기억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을 잃어버린 친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젊은이의 대답을 들은 재판장은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럴 수가! 책은 다 읽었지만, 아들을 잃어버렸구나!"





지그 지글러는 이 예화 끝에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일에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몰두하는 사람의 인생은 많은 사람에게 존경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의 생활은 게으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배우자와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대화하는 법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배워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는 그 대가가 따른다.

다소 지나칠 정도로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상대(이를테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놀아주고, 협상하고,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지그 지글러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중에서.




나도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작업에 몰두 중이거나 마감시간이 정해진 작업을 하고 있는 경우에

아이들이 나를 찾아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비슷하게 행동한 적도 있다.

"엄마가 지금은 좀 바빠, 미안한데 조금만 이따가 와주면 안 될까? 잠깐 기다려주면 안 될까?"

그러나 가능한 그런 경우일수록 그 순간 모든 작업을 멈추고 일단은 아이들과 눈을 먼저 마주치고 말하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들이고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엄마와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그 짧은 순간마저도 작은 위안을 삼고 엄마에게 기꺼이 시간을 양보하는 배려를 해주었다.

그런 나의 행동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피치 못할 상황에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의 대답을 들으면서, 나와 아이들이 느끼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가 '잠시 후'.'나중에', '이따가'라고 하는 그 '시간'이 과연. 아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시간일까. 아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답이 될 것인가.



단어의 의미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잠시(후) : 짧은 시간 (후)

*나중에 :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 다른 일을 먼저 한 뒤의 차례 / 순서상이나 시간상의 맨 끝

*이따가 : 조금 지난 뒤에



아이들이 느끼는 짧은 시간,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조금 지난 뒤의 시간은 단어의 뜻과는 달리 '길게 느껴지는 시간'일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와 실제로 체감하는 감정적인 의미는 다르니까.


다시 한번 더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상처를 주지 않고, 자녀와의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책을 통해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다.



*** 내맘에say : 아이들이 오면 눈을 맞추고, 즉시 응답해주자. 있을 때 잘하자. 아이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지 말자. 책 보다 아이들이 더 귀하다. 책도 귀하다.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된 사실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