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는 사랑이다.

by 아인잠

6살 막내 아이가 혼자서 종이접기를 하며 놀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종이 접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토할 것 같아!"


얼마나 즐거운 얼굴로 예쁘게 웃으며 한참을 접는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큰 아이가 어렸을 때도 우리 집에는 쌀은 떨어질지언정 색종이는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본 방송 내용 중에 어느 미국 명문 학교를 탐방 간 이야기가 방영되었는데 그중 어느 선생님의 인터뷰를 본 이후였다.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언제나 마음껏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실 뒤편에는 항상 색종이와 색상지가 갖춰져 있습니다."


순간, 반짝! 내 눈에, 내 정신에 형광등 하나가 켜진 기분이었다.


나는 즉시 실행에 옮겼다.


단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다고 하면 거짓이지만, 대체로 우리 집에는 종이가 넘쳐났다.


A4 종이는 기본으로, 색상지, 색종이, 풀, 가위, 스티커 등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이라 생각되는 것으로 여겨서 나는 상자가 비어지기 무섭게 가득 채워놓았다.

물론, 쌀도 떨어진 적은 없지만, 냉장고에 반찬거리는 안 채워도 아이들 책상 곁에 색종이는 채웠다.


그래서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잘하고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길, 아이들 이해력이 빨라서 항상 우리 아이들의 작품을 기준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가 많다고 하셨다.


어떤 과제가 주어질 때, 다른 아이들은 바로 시작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고 하셨다.


평소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물론 상대적으로, 다른 면에서 억눌리고 위축되는 부분이 있을까 봐 더 노력했던 점도 있다.


적어도 아이들 만큼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분출하기를 바랐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큰 아이가 왔다간 곳에는 항상 그림이 남겨져있다.

그림 그리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표현도 곧잘 하는 것 같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책을 읽고 나면 책을 덮고도, 생각만으로도 아이는 책의 내용을 그려냈다.


사람이 마음속에 있는 말과 생각들을 표현하는 행위, 가장 기본적이고도 숭고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는 그 작업에 나는 열광한다.


그렇지 않고 달리 어떤 표현을 할 수 있을까.



3살, 4살, 5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넘쳐나던 종이들, 정신 시끄럽고 종이 쓰레기는 끊임없이 나오고, 그러나 그 과정들이 아이들에게 너무나 좋았다.

아이가 종이를 한가득 접어서 갖고 올 때면 세상에 세상에 그런 감탄이 없을 정도로 기뻐했다. 그게 가장 쉬운 육아였다.


이제 이런 과정도 몇 년 안 남았을 것 같다.

내년이면 막내가 7살인데, 이렇게 종이접기 하나에 찬사를 보내고, 기뻐했던 우리의 순간순간들을 오늘도 이렇게 기록해본다.



나는 우리의 의리와, 동맹과, 협력과 배려했던 순간들로 인해 아이들과 동지의식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를 어떻게 기억하고 설명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보건대, 우리의 따스했던 기억들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더 넓은 세상으로 힘차게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 주의 : 종이접기 할 때 짜증내면 안됨.

(짜증을 내면, 종이 접기가 짜증 나는 일이구나 인식한다. 책을 읽어줄 때에도 피곤해서 짜증내면, 독서란 짜증 나고 피곤한 것이구나 인식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짜증 내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가 지금은 너무 졸려서 다는 못 읽어주지만 최선을 다할게'라고... 그건 집마다 문화가 달라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책을 너무 읽고 싶지만 아직 말과 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읽어주지 않고 계속 미루는 것은 폭력이고 학대라고.)




큰 아이가 어렸을 때, 내가 색종이로 뭔가를 하나 접어주면, 엄청 기뻐하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말했다.

"엄마, 이거 너무 맘에 들어요, 색깔별로 10개씩만 접어주세요"

그러면 나는 앉아서 색깔별로 10개씩 접었다.

지문이 닳도록 접었다.



지금에서야 보인다. 나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와서, 더 이상 진상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그게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천만다행'이었다. 아이들이 갖는 종이에 대한 편안함, 즐거움, 행복함, 익숙함, 표현력, 창의력, 인내력, 사고력 모든 것이 '종이'로부터 피어난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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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집안은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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