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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Nov 05. 2019

우리가 했던 수많은 약속들이 지켜지기를

당신의 약속은 어디 있나요?

<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by 아인잠



그와 나 사이에 태어난 첫째 딸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나와 나눈 대화가 일기장 속에 남아있었다.


성격과 재능은 나를 꼭 닮은 듯한데

문득문득 아빠를 닮은 이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이지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 나와는 다른 면이 많음이 느껴지기도 하는 아이.


몇 년 전의 일이다.


내가 가사와 육아에 지쳐있던 어 날 저녁의 대화.



해가 진 뒤 집에 와서 쉬는데
아이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언제 기분이 좋아?"

아이의 질문을 받고 나는 길게도 생각하지 않고 떠오른 대로 무심히 말했다. 성경을 읽고 있는 중에 자꾸 말을 시킴으로... 가만히 조용히 있고 싶던 시간이었으므로.

'응, 너희들과 산책할 때, 그리고
청소한 뒤 깨끗해진 집을 볼 때, 그리고
성경책 읽을 때.'

그 말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한 웃음을 지으며


"그럼 엄마는 매일 그 세 가지를 해.
그럼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자꾸자꾸 좋아지면 엄마가 행복해지니까."

'어머..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내가 엄마 성격에 대해 좀 알아.
밥 먹을 때 식탁 앞에서 싸우지 않기
내 방에 혼자 들어가서 우두커니 있지 않기
동생들이랑 재미있게 놀아주기
책 보고 제자리에 꽂아두기
어지르고 다 놀았으면 바로 치우기.
이렇게 해도 엄마 기분 좋아지잖아"

'엄마가 그랬구나... 그런데 엄마가  얘기를 듣다 보니 앞으로는 가 방에 들어가서 혼자 있는 시간을 존중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괜찮아.. 내가 방에 들어갈 때는 숙제하기 싫을 때야
ㅋㅋㅋ
근데 엄마 또 눈물 나? 눈이랑 코가 빨개지려고 해"

'응. 엄마가 우리 딸이 많이 큰 것 같아서
엄마  마음도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 미안하고 그러네'

"엄마는 또 울어?"

첫째 아이가 웃으면서 엄마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다가와 내복 소매 끝을 잡아당겨 주먹로 감싸 쥐고는 내 무릎에 앉아 자꾸 눈 밑을 닦아주었다.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어흐흐...

엄마의 눈물을 멈추게 하려는 듯 첫째 아이는 나를 계속 웃겨주기 시작했다.


"근데 엄마. 우리 반에 내 친구 ○○는
'어쩌라고 에이씨' 이런 말을 잘하고
우리 반 □□는
'예쁜 내 친구야 왔어?'라는 말을 잘해."

'그렇구나... 예쁜 말할 때는 표정도 예뻐질 것 같네...
엄마가 "예쁜 00야 학교 잘 갔다 왔어?" 하는데
가 "어쩌라고 에이씨" 하면
엄마 충격받겠다ㅋㅋㅋ'

"ㅋㅋㅋ
그래서 나도 예쁜 내 친구야 왔어?라는 말을 배웠어. 근데 ○○는 기분 나쁘면 자꾸만
어쩌라고 에이씨라고 해"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배워야 할지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좋은 것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친구한테도 좋은 것을 선택하도록 가 도와줘.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부자야. 생각 부자 마음부자 행복 부자'

"엄마는 행복 부자. 애기 부자"

'ㅋㅋㅋ, 응... 엄마는 행복 부자. 애기 부자'





2019. 11.5...


이런 기억이 쌓이고 쌓여

나와 아이들은 좋은 친구관계로 전우애를 갖고 있다. 그래서 너무나 많은 기억과 추억 탓에 나는 아직 우리의 사춘기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인내와 사랑으로 나를 기다려주었듯이 나도 아이들을 그렇게 기다리고 품어줄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 아이들의 이른 사춘기로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본다. 나는 다른 경험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한 경우가 있기에, 나는 은혜 갚는 마음으로 묵묵히 그 과정을 기다리고 지켜주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있다.


아이들이 나를 애기 부자, 행복 부자로 만들어주었듯이 나도 아이들에게 엄마 부자, 행복 부자, 마음부자로, 진짜 부자로 살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부자다.


애기 부자. 행복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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