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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Nov 06. 2019

사춘기의 성에 대하여...

사춘기 성교육에 대해 생각해야 될 시기가 되었다. 드디어...

며칠 전에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다가와서 말했다.


"엄마... 00000000이라는 책을 주문해주면 좋겠어."



'그래? 오케이~'


나는 인터넷으로 아이가 말한 책을 검색한 뒤 다른 몇 권의 책과 함께 얼른 주문했다. 그리고 몇 분 후, 그 책이 무슨 내용인가 확인을 했다.


그런데, 아뿔싸! 고등학생이 미혼모가 되는 이야기였다. 우와.... 초등학교 6학년이 보기엔... 걱정되는 소재가 아닐 수 없었다.(내 입장에서는)


그래서 솔직하게 상의를 했다.(나는 솔직함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00아, 엄마가 살짝 알아보니, 이거 언니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인데, 엄마가 우리 00가 지금 나이에 읽어도 되는 책인지 먼저 읽어보고 사전검열을 좀 하면 안 될까?"


그랬더니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내가 읽어보고, 내가 읽어도 되는 책인지 아닌지, 우리 엄마가 읽어도 되는 책인지 아닌지 먼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어흑, 사춘기인 거야? 이제 컸다 이거야?)


"응... 그래?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엄마가 다시 생각해볼게. 일단 주문은 한 상태야...ㅠㅠ"


다음 날...


나는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다시 저자 인터뷰까지 찾아보고, 책 정보를 다시 훑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초등학교 6학년!!! 인 내 딸아이가 읽는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논술과외 중인 중 3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이만저만해서, 선생님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이만저만한 일이 있었다... 아이에게 그 책을 읽으라고 해도 될까?"


물었더니 중 3 여학생이 말했다.


"성교육은 시키신 상태예요?"

(이때 한방 먹음.ㅠㅠ )

'아니... 선생님이 직접적으로 시킨 적은 없고 학교에서 몇 번 받은 걸로 알고 있어."


내 대답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중3 여학생이 말했다.(참하디 참하고, 내 아이와 성격이 비슷해 보이며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언니 동생 사이.)



"저도 초등학교 때 일본 위안부, 마루타 이야기도 읽었고 중1 때 그런 성적인 소재로 쓰인 소설을 읽었는데 정말 충격이었고 나빴어요. 지금은 안 읽히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그런 거지?"


내 편을 들어주는 중 3 언니의 말에 힘입어 나는 다시 딸에게 물었다.


"00아,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가 도저히 그 책을 너에게 읽게 할 수가 없겠어. 언니에게 물어봤는데 언니가 그렇게 얘기해줬어, 아직 안 읽는 게 좋겠데."


그랬더니 딸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왜?"


"음, 그건 말이야...(그래 이번에도 솔직하게 가자) 여고생 언니가 나쁜 사고로 미혼모가 되어서..."


'나쁜 사고? 뭐?'


"응, 어떤 오빠한테 강간을 당해서 미혼모가 된데"


그 말에 아이가 물었다.


"강간이 뭔데?"


"어? 몰라? 모르고 읽고 싶다고 한 거야?"


'응, 그냥 성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논술교재에서 추천도서로 소개되기도 했고"


"그건 말이야, 네가 고등학생이 보는 논술교재를 봐서 그래ㅠㅠ. 그럼 성에 대해 궁금한 거야? 성에 대해 알 수 있는 좀 더 네가 읽기 적합한 책을 엄마가 골라봐도 될까?"

 

"응, 그래"


이렇게 합의가 되었다. 휴... 이만해서 다행이다.

이제 궁금할 때가 되었다. 생각해보니 엄마가 성교육을 안 시켰구나, 학교에서 몇 번 했다기에 교육이 된 걸로 넘어가고 싶었구나...




문제는 그다음 벌어졌다.


아이가 초성 퀴즈를 하자는 거다. (버스 안에서)

ㄷㄱ 이란 문제를 내면 '당근'을 맞추는, 글자의 초성을 말하고, 단어를 유추하게 하는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퀴즈이다.

초성 퀴즈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먼저 문제를 내었다.


'ㅅㅅ'


(어? 그거 설마 아니지? 신이시여ㅠ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길 바라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단어를 떠올렸다.


시소, 센스, 시샘, 술수, 신사, 신선, 산수, 수수, 수식, 식수, 신식, 시상, 순수....



아... 더 이상 생각이 안 나는데, 이제 다섯 고개를 하란다. 다섯 개의 질문을 하고, 그것을 힌트로 답을 찾으라는 것이다.


(설마 섹스 아니지?)


나는 버스 안에서 '섹스!'라는 답을 설마 안 하길 바라며 다섯 고개 질문을 이어갔다.



색에 관한 표현인가요?

(한참 뜸 들이더니...'아니요')

아이들이 좋아하나요?

(야릇한 미소를 짓더니...'아니요')

먹는 건가요?

(웃으며...'아니요')

사람들에게 유명한가요?

(야릇하게 웃으며, 그럴 수도 있죠)

어른들이 좋아하나요?

(웃음을 터트리며, 글쎄요)



(아... 나는 정말 얼굴이 빨개지려고 했다. 대체 뭐지? 설마 아니지?)


고민하다 말했다. 도저히 모르겠다고...


버스가 이제 막 정류장에 도착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제 곧 내리는데 일단 내려서 말하면 안 될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아니지? 아니지?

아.. 사람들 많은데... 순진한 우리 딸내미가 말을 빵 터트리는 거 아니겠지?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답이 뭘까?


ㅅㅅ 을 초성을 갖는 단어가...




이윽고, 버스가 막 정류장에 끼익~ 하고 서는데

답을 말하려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고 다들 웃음 짓고 있었다. (제발.. 말하지 마...)


그때 아이가 말했다.

"엄마.ㅅㅅ 초성을 갖는 단어 답은?


'설. 사. 야....'



버스는 섰고, 내 한숨은 버스가 멈추는 소리에 묻혔으며, 우린 버스에서 무사히 내렸다.


내가 어제오늘, 얼마나 '성'에 대해 생각했는지, 내가 음란마귀가 씌었나. 나의 딸이 낸 퀴즈에 엉뚱한 답을 나 혼자 떠올리고는 벌벌 떨었다.


나는 아직, 아이의 입을 통해 그 '단어'를 들을 준비가 안되었던 것이었다.


내일은 성장소설, 사춘기의 성에 대한 소설을 폭풍 검색해봐야겠다. 이제 나도 아이들의 성교육에 눈을 뜰 시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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